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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05. 2021

껌과 껌종이

일상 에세이

나는 껌을 매일 씹기 때문에 껌을 자주 구입한다. 주로 후라보노 껌을 구입하는데 어쩌다가 다른 껌이 씹고 싶을 때가 있다. 후라보노 껌은 9개들이 800원이다. 정확한 제품명은 '후라보노 쿨민트'다. 식품유형은 추잉껌, 품목보고번호도 있다. 품목보고번호가 무엇인지 몰라서 찾아보니 가공식품에 붙는 번호이며 제조공장에서 나올 때 붙는다고 한다. 이 정도로만 알자. 업소명 소재지는 아무튼 청주에 있다.


껌을 만들 때 들어가는 재료를 보면 백설탕이 들어간다. 설탕의 맛은 처음 씹었을 때 한 번 나고는 그 후부터는 껌의 물컹한 물성만을 느끼며 씹게 된다. 그리고 껌베이스라는 게 들어간다. 모르니까 일단 찾아보자. 껌베이스를 찾아보니 껌의 바탕이 되는 물질이라고 한다. 껌에 씹힘의 성질을 주는 불용성 물질이다.라고 되어있다. 불용성이라는 말은 ‘어떤 화합물이 특정한 용매에 대해 매우 작은 용해도 밖에 나타내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공부를 못해서 일일이 찾아봐야 알 수 있다.


포도당이 들어가고 합성 향로와 천연 향로가 들어간다. 포도당은 단당류로 피곤하다고 해서 링거로 포도당을 맞기도 한다. 합성 향로는 쉽게 말해서 기름 같은 것에서 합성한 향로를 말하는 것 같다. 기름이라고 한다면, 정유, 석유, 콜타르, 유지 같은 것들을 출발 원료로 하여 화학적으로 합성한 향료다. 왜 이런 걸 집어넣나 하고 잠시 생각을 해본다. 옆에 천연향료(맨틀)만 넣으면 될 텐데,라고 하지만 그러면 또 가격이 껑충 오르려나. 맨틀을 글자 그대로 검색을 하니 지각과 핵 사이 구간으로......라고 나온다. 넘어가는 걸로.


후라보노답게 녹차 추출농축액이 들어간다. 들어가는 첨가물 중에서 제일 있어 보인다. 그리고 글리세린이 들어간다. 글리세린은 정말 여러 가공식품에 다 들어가는 것 같은데, 글리세린은 원래 관장, 윤활, 보습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이란다. 글리세린의 단일제는 관장약과 윤활제로 사용되고, 복합제는 크림이나 점안액, 주사제 등에.... 이것도 여기까지 하고 넘어가자.


식물성 유지는 식물에서 채취하는 유지다. 기름 같은 것이다. 야자유, 팜유 같은 것이다. 치자청색소는 천연 색소라고 한다. 치자 추출액을 이용하여 얻는 것이라 한다. 모든 천연색소 중 안정성이 가장 우수하다,라고 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천연색소라고 해서 뭐든 믿고 다 안정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홍화황색소도 들어가는데, 역시 천연 색소로 홍화, 라는 꽃, 잇꽃의 관상화를 물로 추출하여 얻는다고 한다. 다른 황색소에 비해서 역시 안정성이 우수하다고 한다. 이 홍화황색소가 치자청색소와 배합되어 녹색 색소로 사용된다고 하니 이 둘이 후라보노 껌의 색을 결정짓는 모양이다. 뭐 어쨌든 신기하다.


감미료로 수크랄로스가 들어가는데 설탕에 비해 600배의 단맛을 가진 무열량 감미료라고 한다. 수크랄로스는 껌, 건과류, 발효유류, 영양보충용 식품에 다 들어간다. 고로 건과류라고 해서 많이 먹지 말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식물성 유지로 경화유가 들어가는데 고형의 인조 지방이다. 비누나 양초에도 사용된다. 고형의 인조 지방이라고 하니 마치 '알리타'나 '고스트 쉘'에나 나올 법한 말이 아닌가 싶다. 


들어가는 재료의 사용처를 알고 나니 껌을 씹는 것을 한 번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만 같다. 온통 기름과 색소로만 되어 있다. 로알드 달도 껌에 대해서 썩 좋지 않게 소설을 썼다. 알고 계신지. 바로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잘 나온다. 하루 종일 껌을 씹는 바이올렛이 윌리 왕카의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껌을 씹어대다가 몸이 불어나서 블루베리 껌으로 변하기도 했다.


껌 하면은 오래전 광고를 빼놓을 수 없다.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 하던 광고. 쥬시후레시, 후레시민트, 스피아민트, 오오 롯데껌, 좋은 사람 만나면 나눠주고 싶어요,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 하던 광고 송이 맴맴 돈다. 껌이라는 게 그저 스쳐 지날 수 있는 일종의 기호식품인데 그 시장이 아주 넓고 크다. 생각해보면 껌은 위에서 말한 전혀 입에 들어갈 수 없을 것만 같은 재료들로 여차 저차 해서 입 속에 집어넣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하니 모든 나라에서 껌을 제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껌을 잘 만들면 아마도 저 멀리 어떤 나라에 열심히 수출을 할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없는 나라의 알 수 없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껌을 씹고 있다. 야구선수들 역시 껌을 씹는다. 


후라보노에서 200원을 더 주면 저렇게 껌종이에 그림과 글이 그려진 껌을 구할 수 있다. 이백 원이 더 비싼 대신 껌의 맛이나 양과는 무관하다. 그런데 저 그림과 글을 보면 좀 작위적이다. 인위적인 글과 그림 말고 건강에 관련된 그림과 글에는 ‘똥을 잘 싸고 잘 누자’라든가, 식사 한 번 먹자는 글과 그림에는 ‘지금 당장 지에스25에서 만나서 신라면 컵라면이나 먹지’ 같은 글과 그림으로 농심도 광고하고 편의점도 같이 광고를 하는 재미를 주면 어떨까. '껌은 언제 씹을 때 좋을까? 바로 지금" 같은 문구면 참 재미있을 텐데,라고 생각해보지만 그럴 일은 택시를 타면 라디오 헤드의 노래가 나올 확률만큼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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