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덴마크 적인 바다

시 이고만싶은 글귀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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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의 바닷가는 4월이 되면 덴마크 적이다.


해안에 심어놓은 야자수와 수나무에 입힌 겨울옷을 벗기고 바람 속에 봄기운이 느껴지는, 덴마크 적이다. 오전 10시의 바다는 식사 후 발바닥을 보이며 졸음에 겨워하는 고양이처럼 평온하기만 하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바다는 북태평양의 온난전선을 타고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으려고 준비를 한다. 그동안 바다가 꼭 쥐고 있던 냉기를 몽글몽글 뱉어낸다. 덴마크 적이다.


사람들은 들판에 핀 들꽃처럼 팝아트적인 옷을 입고 먼지에 대항하며 여기에서 저기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온다. 봄의 바다는 마치 접시에 떠 놓은 물처럼 잠들어있다. 어쩜 이렇게 고요할 수 있지. 덴마크 적이잖아.


공중 화장실에서 10미터 떨어진 야자수와 소나무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덴마크적인 풍경을 멍하게 바라본다. 기분 좋은 바다의 밤바람에 옅은 미역 냄새와 들판의 냄새가 섞여 덴마크 적으로 난다. 칼스버그를 한 모금 마신다. 모든 것이 덴마크 적이다.

누군가 내 옆으로 와서 Hej라고 한다. 클리셰적인 인사를 나도 한다. 나의 인사법은 늘 클리셰 적이다. 누군가가 내뱉는 숨에는 덴마크 식의 고독이 고여있다. 나는 누군가가 뱉어내는 이야기를 듣는다. 덴마크 식의 요리와 덴마크 식의 옷과 덴마크 식의 건축에 대해서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내가 마시던 칼스버그를 누군가와 나눠 마신다. 이야기가 다 끝난 누군가는 나에게 Farvel라고 하며 떠났다. 덴마크 적이다. 칼스버그를 마시며 덴마크적인 노래를 듣는다. 겨울과 봄의 임계점에서, 하늘과 바다의 임계점에서, 낡은 시와 새로운 사람들의 임계점에서 고독을 듣는다. 덴마크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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