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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01.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411

14장 6일째

411.


 “당신, 당신 어디 있는 거예요? 당신 거기 있죠?”


 이 목소리는 는개의 목소리였다. 이건 분명히 는개의 목소리다. 그녀가 이곳에 온 것이다.


 “당신 여기에 있어요?”


 는개다.


 이곳까지 그녀가 나를 찾아온 것이다.     



 [6일째]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동은 떠지지 않는 눈을 무리하게 뜨고 시계를 봤다. 시계는 기억이 억지로 만들어 놓은 컴포넌트처럼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시간을 옮기고 있었다. 시계의 시간은 이미 정오를 향해가고 있었고 밖에는 비가 떨어져 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세상은 어두웠고 마동이 누워있는 거실도 어두웠다. 한낮의 어둠은 여름이라는 날과는 대조적이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선과 악 중에 해를 선이라 하고 어둠을 악이라 한다면 지금의 어둠은 악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설적 어둠은 빛이 있는 낮을 잠식 해버렸다.


 쿵쿵쿵.


 문을 힘 있게 여러 번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작은 주먹으로 문을 두드리는 소리다. 남자 어른이 두드린다면 거칠고 공격적이라서 이렇게 두드리는 소리와는 달랐을 것이다. 굳이 초인종을 놔두고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집안에 마동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허둥지둥 온 모양이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제외한다면 세계는 마치 정지한 듯했다. 시간만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듯 발전하고 있었고 세계는 그대로 멈추어버린 것 같았다.


 쿵쿵쿵 쿵쿵.


 “당신 여기 있는 거예요?” 이것은 는개의 목소리였다.


 무엇이 어찌 된 일일까.


 마동은 코 안에서 누린내가 아직도 풍겨 오는 것을 알았다. 누린내의 여흥 뒤엔 옅은 피비린내도 났다. 머리를 들어보니 값나가는 금덩어리 여러 개가 머릿속에 들어와 숨을 죽이고 묵직한 무게로 가라앉아있는 기분이 들었다. 머리가 무거워서 겨우 바닥에서 머리를 들었다. 마동은 손으로 눈두덩을 만져보았다. 눈꺼풀이 만져졌고 눈이 불편하지만 깜빡여졌다.


 쿵쿵쿵.


 마동은 잘 일어나 지지 않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겨우 몸을 지탱해서 거실을 지나 힘든 걸음걸이로 현관문 앞에 섰다. 유리창에 부딪히는 빗소리가 장난기 많은 어린아이들이 던지는 모래가 부딪혀내는 소리 같았다. 자신의 팔처럼 느껴지지 않는 팔을 들어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문이 열리면서 한줄기의 빛처럼 문 앞에는 는개가 서 있었다. 숨을 가쁘게 내쉬며 우산 없이 왔는지 머리와 옷은 비에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마동은 그녀가 무엇보다 반가웠다.     


 나의 몰골은 신경 쓸 필요가 없어. 나는 지금 이 순간이 그저 고마울 뿐이야. 눈물이 날만큼 그녀가 반가웠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렇게까지 기쁠 수가 있을까.     


 는개가 마동을 구해 준 것이다. 철탑 인간에게서, 세 자루 칼의 눈 도림에서, 마동이 버리고 온 자신의 수많은 과오에 대해서, 수천 마리의 괄태충의 역겨움 속에서, 목이 없는 사람들에게서, 그녀가 마동을 구해 준 것이다. 마동은 자신의 꼴을 생각지도 않고 는개를 그대로 안았다. 는개는 영문도 모른 채 마동의 품에 안겨서 가쁜 숨을 기쁘게 내 쉬었다. 는개가 숨을 내 쉴 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마동의 품에서 강아지처럼 움직였다. 마동의 앞에 있는 그녀는 분명한 는개였고 틀림없는 그녀였다. 작정하고 아름다움이 배어있는 는개의 얼굴이 앞에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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