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Mar 22. 2021

비는 소바와 티라미수를 타고 3

단편 소설


3.


“아마도 모기들은 프라이팬에서 온몸에 기름을 바르고 춤을 추겠지.” 나는 머릿속 생각을 말했다.


“그런 시적인 표현은 뭐죠?”라며 그녀가 나를 쳐다봤다. 나는 조건반사적으로 이겼다.라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모기들을 프라이팬에 구워댄다는 것은 하나의 의식이에요.”     


이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응”라고 하지만 나는 대답했다.


“모기를 프라이팬에 굽는다고 해서 그 구워진 모기들을 먹지는 못할 테니까요. 바퀴벌레를 식용으로 파는 곳은 흔하지만 모기는, 아직 그런 곳이 없잖아요? 모기를 프라이팬에 구워댄다는 것은 모기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그런 미묘한 의식이 담겨 있는 거예요. 이해하시겠어요?”     


어찌 이해를 한단 말인가.


“응, 이해해.”


그녀는 나와 같은 미소를 만들었다.


“요즘 아이들은 시간이 남으면 아르바이트를 하던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하고 있어요. 굉장히 바쁜 것 같아요. 우리가 저 아이들 시절에 시간이 남으면 멍하게 있곤 했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멍하게 앉아있는 시간이 반드시 나쁘지 만은 않아요. 멍하게 앉아 있다는 건 멍하나마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생각을 버리는 생각을 골몰히 하는 건 중요해요. 누군가를, 또는 고민을 깊게 생각하는 것만큼 요. 그건 자신에게 해가 되지는 않아요. 미래에 악영향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말이에요”라며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여서 다리에 모기들이 붙지 않게 하려는 손동작을 취했다.      


“저기 말이야, 당신과 만나서 드는 생각인데, 당신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에셔의 그림을 들여다보는 듯하다구.” 나는 말했다.


“그게 누구죠?”


관심 없다는 듯 그녀가 말했다.      


반바지를 입고 있는 내 다리에는 모기들이 달려들지 않았다. 그녀가 이곳으로 자리를 잡을 거라고 통보를 해오고 나서, 나는 뿌리는 모기약을 반 통이나 벌겋게 나와 있는 내 다리에 뿌려버린 이유로 모기들은 내 다리에는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아직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면으로 보면 그녀는 참으로 둔하다. 그녀가 들고 온 트랜지스터 라디오에 음악이 흘러나왔다. 요즘 시대에 트랜지스터 라디오라니.   

   

주파수가 잘 잡히지 않아서 지지직 거리는 소리가 훨씬 많이 들렸다. 라디오는 음악과 디제이의 멘트와 특유의 잡음이 한데 어우러져 도저히 요즘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기분이 잠시 들었다. 노래는 로드 스튜어트의 ‘i don’t want to talk about it’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노래가 끝이 나니 디제이가 실시간으로 사람들에게 짧은 사연을 읽어 주었다. 그중에 디제이는 한 사람의, 조금은 긴 사연을 읽었다.      


디제이의 사연 소개가 끝이 나니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사연을 욕하기 시작했다. 사연에 대해서는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없고 이 사연은 오전의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소개가 되어 신청곡으로 나왔다며 사람들의 항의적인 글이 디제이를 향해 폭탄처럼 박히고 있었다. 디제이는 죄송하다고 멘트를 했다. 잘 알아보지 못했다. 제작진과 저를 용서해달라는 멘트였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을 해요?”라고 그녀가 다리에 몰려드는 모기들을 쫓으며 질문을 했다.


“뭘 말이지?” 그녀의 뜬금없는 질문이 조금 무서웠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뜬금없음에 반해 버리지 않았던가.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비는 소바와 티라미수를 타고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