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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16.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425

14장 6일째

425.


 “무슨 목격자…….”


 류 형사는 집안에 모여서 듣는 이도 없는데 속닥이는 동네 아주머니들처럼 목소리를 더욱 낮추었다. 류 형사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그때 최원해가 없어지던 날, 그 근처에서 너구리를 잡으려고 갔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근처의 쓰러져가는 민가에 살고 있는 50대 후반의 남자인데 너구리를 잡으러 올라갔다는군요.” 류 형사는 얼음 하나를 와그작 깨물어 먹었다. 마동은 더욱 귀를 기울였고, 류 형사는 다음 말을 쏟아내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죠. 그 사람의 말이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믿을 수 없는 말을 늘어놓더군요. 멀쩡한 사람임에는 분명했습니다. 만났을 때에도 멀쩡했고 만나고 있는 동안에도 멀쩡했습니다. 앞으로도 멀쩡할 겁니다. 그렇지만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더란 말이죠.”


 틈을 두었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곡이 빗소리와 함께 틈 속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 목격자의 말은 정말 터무니없는 말 입니다만. 최원해의 버려진 한쪽 운동화만 보면 또 그 말이 모두 거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주 기이합니다. 지금 터지고 있는 사건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집히는 것이 없어요.”


 마동은 자신의 커피 잔을 쥐고 왼쪽으로 돌렸다가 오른쪽으로 다시 돌렸다. 는개가 떠올랐다. 갑자기 는개의 얼굴이 생각났다. 마동은 커피 잔을 돌리는 의미 없는 동작을 계속했다.


 “목격자는 철탑 근처 가까이에 너구리 몇 마리가 있다는 걸 알고 잡으러 올라갔다는 겁니다. 그 사람이 철탑 근처에서 너구리의 배설물이나 흔적을 보면서 너구리를 찾고 있는데 갑자기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는군요. 그 바람이 부는 근처에서 마동 씨와 최원해 씨를 봤다는군요.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운동을 하는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그때 바람이 불었는데 바람이 뭐랄까. 이질적인 바람…… 산속에서 불어 올 바람이 아닌, 전혀 겪어보지 못한 바람이라더군요. 마동 씨가 말한 그 치, 치……”


 “치누크”라고 마동이 간단하게 말했다.


 “치누크와 완전히 다른…… 아무튼 아주 차갑고 냉혹한 바람인데 이상한 것은 그 부분만 불었다는데. 자신이 너구리를 잡으려고 서 있던 곳을 벗어나서 어느 특정한 한 부분에만 바람이 그렇게 불었다는군요. 철탑 근처의 풀들만 세차게 흔들렸다는 겁니다. 남자는 이상해서 가까이 가서 바람이 부는 곳에 손을 뻗으니 아주 차가웠다고 합니다. 마치 얼음을 갈아댄 것처럼 말이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는지…….” 류 형사는 수첩을 보면서 말을 했다. 그리고 한참 수첩을 바라보더니 끝내버리는 게임처럼 이내 수첩을 탁 덮었다.


 “바람이 심하게 일더니 그곳에서 연무처럼 뿌연 연기가 꼈다는 겁니다. 목격자의 말로는 구름처럼 보였다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군요. 그 부분만 구름처럼 말입니다. 구름이나 연무나 연기나 거기서 거기 같은데 말이죠. 그 구름이 바람 속에서 같이 휘몰아치더니 사람보다 두 배 정도 크기의 요상한 모습의 형체가 나타났다는 겁니다. 그 남자는 ‘괴수’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전 도무지 이 부분에서 믿을 수가 없었죠. 그런데 괴수의 형체가 또렷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남자는 질문이 거듭되니 확신을 할 수 없는 겁니다. 거참.”


 류 형사는 여기까지 말을 하고 다시 얼음 하나를 와그작 깨물었다. 괴수라는 말이 마동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맴맴 맴돌았다. 꼭 괴수라고 표현을 해야 했을까, 괴수라는 것은 실체가 아니다. 그건 그저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의 모습일 뿐이다. 그럼에도 목격자는 굳이 괴수라고 표현을 했다. 인간은 참 쓸데없는 많은 것을 만들어냈다. 마동은 그런 생각을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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