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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15.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424

14장 6일째

424.


 다른 뉴스 채널에서는 전화로 생태학자와 전문가들에게 연결하여 이러한 상황을 인터뷰하는 장면도 보도되고 있었다. 하지만 학자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명확한 답을 내놓을 수도 없었고 추론조차 불가능했다. 괄태충은 습한 곳을 선호하지만 인간들이 버려놓은 쓰레기 더미 속에서 수천수만 마리가 살 수는 없었다. 결국 이것은 인간이 그동안 저지른 잘못에 대한 반증을 보여준다며 학자는 인터뷰를 마쳤다.


 쓰레기 더미를 빠져나온 괄태충들은 어딘가의 목적지가 있는 것처럼 모두 한 곳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오래 전의 중공군처럼 괄태충들은 꾸물꾸물 기어가다가 쓰레기 더미에서 무게가 나가는 물품이 떨어져 몸이 터지며 죽어가는 괄태충도 있었다. 하지만 침착하게 어딘가로 계속 떼를 지어 이동했다. 모여 있는 사람들 중에 어떤 이가 발로 밟아서 괄태충을 터트려 죽이기도 했다. 그 순간 자아내는 누린내에 밟았던 사람은 코를 막고 욕을 하며 피해버렸다. 더 이상 괄태충을 발로 밟으려고 다가서는 사람은 없었다. 수많은 괄태충이 왜 쓰레기 더미 속에서 기어 나오는지, 기어 나온 괄태충들은 고약한 누린내의 악취를 풍기며 어디로 기어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괄태충들이 지나간 자리는 어김없이 자국이 남았으며 그곳에 쇠붙이가 있으면 부식이 되었다. 무서운 광경이었다.


 현장에서 방송을 하는 사람들은 인상을 찡그리고 대부분 코를 막고 있는 모습이었고 괄태충의 거대한 이동이 있는 곳 가까이에 갔던 기자는 결국 5분을 버티지 못하고 그곳을 피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서 방송을 했다.

 “하늘에서 검은 구름이 가득하고 하루 종일 끊임없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달팽이 과의 이 괄태충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그리고 이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수많은 의문을 던지는 광경입니다. jbs방송 r 기자였습니다.”


 마동과 류 형사 그리고 카페의 주인은 벽면에서 영사기로 돌리는 뉴스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히 바라만 보았다. 류 형사는 고뇌에 가득한 모습이었다. 카페는 뉴스의 암울한 화면을 꺼버리자 원래의 커피 향이 가득한 로컬 카페로 돌아왔다. 카페의 주인은 마일즈 데이비스의 음악을 틀었다. 카페의 창밖으로 보이는 폭우는 거침이 없었고 대단했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램프 속, 지니 만이 이 비를 멈추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단순한 자연의 움직임 같지는 않군요. 과학적으로 해명되지 않는군. 연일 이런 일이 벌어지니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류 형사는 세상의 고심을 다 짊어진 얼굴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군요.” 마동은 동의를 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6일 동안 제대로 된 커피의 맛을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은 커피의 맛이 느껴졌다.


 어째서 커피의 맛은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아마도 그녀가 만들어준 죽을 먹고 나서 그럴 것이다. 그것이 답이 아니라도 마동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더 이상의 것은 생각 밖으로 밀어냈다.


 “마동 씨, 오늘 만나자고 한 건 말입니다.” 류 형사는 숨을 한 번 다듬었다. “목격자가 나타났습니다.” 류 형사는 마동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고 조용히 말을 했다. 마동은 눈에 힘이 들어갔다.


 “목격자요?”


 “네, 그렇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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