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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20.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429

14장 6일째

429.


 “조화와 균형은 무엇일까요.” 딱히 류 형사에게 하는 말은 아니었다.


 “균형을 제. 대. 로. 찾으려고 오늘 밤 이곳을 떠납니다.” 조용히 입술을 움직여 마동이 말했다. 마동의 목소리는 류 형사의 근처에서 머물렀다. 류 형사는 마동의 말을 제대로 된 언어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아직 사건이 해결되지 않아서 해결되기 전까지 계속 연락을 해야 합니다.” 류 형사는 그렇게 말을 하고 봉투에서 손을 떼었다. 그리고 다시 봉투 위에 손을 올렸다. 초여름 옅은 바람에 꽃잎이 흔들리는 것처럼 류 형사의 손끝이 파리하게 떨렸다. 그 손끝으로 시선이 가 있었다.


 “조화와 균형을 위해서 떠나신다는 말이군요. 무엇에 대해서 말이죠?”


 “아마도 형사님이 생각하시는 모든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음, 마동 씨가 떠나면 일단 조화와 균형이 맞아진다는 말처럼 들리는군요”라고 류 형사가 심각하게 말했다. 시선은 봉투에 머물러 있었고 류 형사는 봉투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침묵이 흘렀다. 마동은 조화와 균형에 대해서 잠시 생각했다. 류 형사도 조화와 균형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하는 듯 보였다.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하나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렇습니다. 제가 이곳을 떠나면 그렇게 된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마동은 시선을 피한 류 형사에게 향해있었다.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곳이 생각보다 많을까요? 아니면 생각만큼 없을까요? 음악이 없으면 하루도 살지 못하는 음악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음악을 음식에 비유했죠. 음식이 없으면 우리는 살 수가 없기 때문이죠. 현실에서 음악이 없어서 살지 못하는 것은 식량이 없어서 살지 못하는 것과는 다르지요. 오래전에는 음악은 음악이 있는 곳으로 가야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일반인들은 음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았죠. 음악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귀족 문화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바뀌었습니다. 그 음악가는 굶어서 신체가 말라죽는 것과 음악을 듣지 못해서 마음이 메말라 죽는 건 결코 다르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는 음악과 음식은 조화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모두 흡수해야 비로소 균형이 잡힌 생활이라고 느꼈던 것이죠. 레스토랑에서 음악이 나오지 않으면 어쩐지 허전하고 이상합니다. 그것이 조화와 균형이 아닐까 합니다.” 마동이 말을 끝내자 류 형사는 표현되지 않는 표정으로 마동을 바라보았다.


 “아주 형이상학적이군요. 마동 씨가 이곳을 떠나는 것이 음악과 식량과의 관계에도 밀접하게 포함되는 것입니까?” 류 형사가 봉투에서 손을 뗐다.


 “어떤 의미로 보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류 형사는 입을 다물었다. 마동의 말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쩌면 형사님과 저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아닌가 합니다. 조화와 균형이 바로 고도가 아닐까요.” 마동의 말에 목이 짧아지며 류 형사의 얼굴이 몸 안으로 꺼지는 것처럼 보였다. 류 형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류 형사의 한숨은 상대적이었다. 내쉰 한숨은 마일즈 데이비스의 음악을 따라서 카페의 이곳저곳에 차분하게 분산되어 흩어졌다. 마동의 이야기 때문에 내뱉은 한숨이었는지 균형을 이루고 있지 못하는 자신과 그의 딸 수빈이 때문에 내뱉은 한숨이었는지 정확하게 류 형사 본인도 알지 못했다. 류 형사는 공기가 가득 들어찬 물고기의 배처럼 볼록한 봉투를 바라보았다. 크고 깊게 류 형사는 한숨을 한 번 더 내쉬었고 그 경계는 누구라도 명확하게 구별해 낼 수 없을 종류의 것이었다.


 “따님의 수술비로 사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으면 병원비로 쓰시고 그래도 남는다면 따님의 옷이라도 몇 벌 사드리세요. 남는다면 말이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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