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요즘은 모든 풍경이 사진으로 담으면 예쁘다. 미운 4살처럼 딱 이맘때가 가장 예쁠 시기다. 이 시기는 금방 지나가 버릴 텐데, 지나가 버리고 나면 5월부터는 부예진 탁한 공기층과 더위가 점령해서 지금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그런 과정을 매년 보고 스치고 있다.
한사랑 산악회에서 택조가 그러던데, 어제가 제일 힘들었는데 오늘이 되니 오늘이 더 힘들더라고, 그래서 내일이 오는 게 겁이 난다고. 거 C8. 한사랑 산악회는 그저 큭큭거리며 웃으며 보게 될 줄 알았는데 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준다. 멀리서 보면 희극인데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것이 코미디라는 걸 여실히 보여줘서 놀랍고 슬프고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4월 25일이 되었다. 4월 25일이라고 해서 딱히 특별한 날은 아니고 매년 오는 4월 25일이지만 오늘은 딱 한 번 뿐이니까 그저 한 번 써보는 것이다. 매일 비슷하게 스치는 평범한 것들이 사실 딱 한 번 세상에 태어났다가 무화하는 것들이 가득하니까 그저 한 번 써본다.
매일 달리는 조깅코스인데 매일, 조금씩 바람이 다르고 색채가 다르다. 풍경은 시기에 맞게 변화하지만 변함없다. 변화하되 변함없는 사람이 된다면 자연과 같아질지도 모르겠다. 자연과 같아진다면 쓰고 있는 장편소설의 주인공처럼 자기장을 인간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 오랜 시간 쓴 장편소설을 올리기 위해 브런치를 시작했는데 이제 거의 끝나간다. 워드 한 페이지 분량으로 매일 올렸는데 일 년이 훌쩍 넘어 버렸다. 433장까지 올렸는데 이제 한 달 정도 이 속도로 올리고 나면 끝이 난다.
매일 조금씩 수정하고 수정해서 올리려면 아프면 안 되고, 주위에 크게 신경 쓸 일이 일어나서도 곤란하고 다쳐도 난처하다. 그저 미국의 한 성직자가 쓴 글처럼, 바뀔 수 없는 것들은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을 주시고, 바뀔 수 있는 것들은 변화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시고, 이 둘을 가릴 줄 아는 지혜를 달라고 하며 매일 늘 비슷하고 같은 루틴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긴 이야기라 이어 붙이면 200자 원고지 5000매 정도가 된다. 처음 써 놓은 글은 거의 7000매가 넘어서 자르고 자르고 잘랐다. 지금 올리는 글은 3인칭으로 쓴 글이지만 처음에 쓴 글은 '나'로 시작하는 1인칭이었다.
1인칭과 3인칭으로 시작하는 차이가 뭐냐고 한다면 이것저것 세세하게 많이 다른데, 글쎄 뭐 잘 모르겠다. 잘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잘 모르지만 하다 보면 또 알게 된다. 인생이 그런 것 같다. 장편소설을 꾸준하게 쓰려니까 포기하는 게 많아졌다. 약속이라든가, 매일 그 시간에 소설을 써야 하는데 그 시간을 지키기 위해 다른 것을 접어버린다든가. 장편소설을 썼다고 해서 누군가 알아주는 건 아니지만 긴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이야기를 만들어서 쓰는 동안에 정말 푹 빠져서 행복하다는 것이다. 전문지식을 요할 때, 막혔을 때,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따고, 튕기고, 문전박대당하고, 전문서적을 읽느라 끙끙하기도 했고, 그렇게 작성했던 원고지 70매 정도를 그냥 다 버린 경우도 있었다. 아무튼 지나고 나니 그런 기억들이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요즘은 카 더 가든의 노래를 많이 듣는다. ‘그대 나를 일으켜주면’라는 노래는 참 많은 위로가 된다. 리메이크한 ‘명동 콜링'을 듣고 있으면 정말 가슴 저 안쪽 공백의 텅 빈 부분이 촉촉하게 된다. 아아 노래를 들으며 이렇게나 빠져들어간 적이 얼마만이었을까. 언제나 우리 둘이는 영화였지, 라는 노랫말을 카 더 가든의 통주음이 가득한 목소리로 들으니 장면 장면이 눈에 확 떠오른다.
긴 글의 호흡이 끊어지지 않게 쓰기 위해서 매일 조깅을 하지만 재작년에 달리는 거리에 비해 올해는 그만큼 달리지 못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억지로 달렸지만 1월에서 4월의 25일이 되는 과정에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일단 받아들이고 나면 편안해진다. 그리고 나에게 맞는 옷을 입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지금 하면 된다. 5월이 되면 전시회를 한다. 요즘 시기에 전시회는 자살행위다.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준비를 했지만 지금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식이 아닌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 나의 이야기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어차피 코로나 사정이 더 안 좋아져서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이러는 이유는 여러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아닌, 그저 단 한 사람에게라도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소심한 사람이 나이기 때문에.
한 주를 내가 아닌 가족 또는 나의 주위 사람들을 위해 생활했다면 2021년 4월 25일 일요일 오늘 하루는 나를 위해 음악을 듣고 잠을 자고 맛있는 것을 먹자. 그렇게 변함없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삶을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