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야기
요즘은 과자도 편의점 자체 브랜드로 나오는데 꽤나 맛이 좋다. 근래에 빠져서 몇 번 사 먹는 과자가 어묵 칩이다. 그냥 어묵 칩이 있고 매운 어묵 칩이 있는데 그냥 어묵 칩은 신기하게도 어묵의 맛과 동일하다. 내 입에 딱 맞아서인지 자주 사 먹게 되는데 그러다가 고추 어묵 칩도 사게 되었다. 어묵 칩은 한 봉지에 천 오백 원하는데 이게 비싼 가격인지 적당한지 잘 모르겠다. 고추 어묵 칩은 정말 맵다. 먹으면 기침이 나올 정도로 나에게는 맵다.
나는 일명 맵찔이로 매운 걸 전혀 먹지 못하는 인간이다. 그런데 날 때부터 위가 좋지 못해서 음식을 잘 소화를 시키지 못한다. 소화가 되지 않으면 모든 부분에서 걸리적거린다. 딱히 아프지는 않지만 미미하게 따라다니며 무겁고 희미하고 불쾌하게 한다. 무엇보다 무거운 머리 때문에 사고가 잘 되지 않고 소화가 막히면 혈압도 오른다. 그래서 어딘가에서 매운 것을 조금씩 먹어보라는 소리를 들었다. 뭐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한 일 년 정도 전부터 밥을 먹을 때 매운 고추를 몇 개씩 먹기 시작했다.
땡초는 정말 매워서 혀가 난리 법석인데 그 땡초보다 훨씬 매운맛이 고추 어묵 칩이다. 땀이 나는 것을 물론이고 화한 그 느낌이 체감상 땡초의 몇 배나 된다. 그래서 컵라면에 넣어서 먹으면 고춧가루를 뿌릴 필요거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사진에서 보이는 만큼 넣어서 먹어봤다. 그랬더니 매운맛과 어묵 맛이 동시에 나는 요상하지만 꽤나 맛 나는 라면이 되었다. 지칠 때 느닷없이 먹게 되는 라면은 늘 위로가 된다. 음식 중에서 비싸고 있어 보이는 음식은 이상하게 위로가 되지 못한다. 아마도 그런 음식을 먹으려면 준비가 필요해서 일지도 모른다.
좋은 식당에서 파는 음식을 먹으려면 그곳에 가야 하고, 집에서 질 좋은 소고기라도 구워 먹으려면 소고기를 사서 구워야 하는데 라면은 정말 느닷없이 먹게 된다. 힘들고 이리저리 치이다 지쳐 집으로 들어와서 몸이 힘들 때 물을 부어 먹는 컵라면만큼 맛있는 건 없다. 나 오늘 저녁에 컵라면 먹어야지 하며 먹는 것이 아닌 느닷없이, 어느 날 문득, 처럼 느닷없이 물을 붓고 느닷없이 고추 어묵 칩을 넣어서 먹어보면 매워서 찔찔 짜면서도 위로를 받는다. 그러고 보면 라면은 이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매일매일 쏟아지는 와중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이 굳건하다. 지 자리를 단단하게 잘 지키고 있다. 그건 참 신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