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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24. 2021

런던 팝에서 10

단편 소설



10.


 워터 덕에 가면 넘쳐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팝 가수들의 소식도 들을 수 있어서 자주 찾게 되었다. 디제이들은 잡지책의 팝 칼럼니스트의 칼럼을 읽고 거기에 약간의 거짓을 보태서 이야기를 늘려서 해주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워터 덕을 알았고 그곳에서 제니스 조플린의 노래를 들었다. 지구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목소리가 있는 줄은 몰랐다.


 나는 일주일에 세 번은 워터 덕에 가서 제니스 조플린의 노래를 신청해서 ‘서머타임’을 들었고 ‘피스 오브 마이 하트’를 들었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에서도 제니스 조플린의 방귀소리는 쇳소리 같을 거라는 문구를 읽었다. 그렇지만 똥과는 다르게 제니스의 목소리에는 사상이 있다. 확고한 사상 말이다.


 그녀는 일찍 죽었다. 참 어처구니없는 나이, 28살에 죽어 버렸다. 십 년만 더 살다가 죽었어도 제니스 조플린의 사상이 깃든 아름다운 목소리를 더 많이 들었을 텐데. 나는 그때 제니스 조플린의 노래를 듣기 위해 필사적으로 워터 덕을 찾았다. 워터 덕에서는 많은 팝이 흘러나왔지만 나는 제니스 조플린의 노래 말고는 대부분 잠을 잤고 잠이 깬 시간에는 메모지에 낙서를 했다. 누군가 내 낙서를 빼앗아 보더니 카운터 앞에 붙여 놓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형이었다.


 -이제 죽는다면 제니스 조플린의 노래를, 그녀를 보면서 마음껏 들을 수 있을까. 죽음에 대해서 크게 생각지 않았지만 죽음 그 후에는 28살의 제니스 조플린을 만날 수 있다. 제니스 조플린은 얼굴에 화장을 하지 않았다. 무대를 방방 뛰어다니며 세상을 토해냈다. 힘차게 노래를 불렀다. 내장 하나하나가 전부 노래를 부르는데 힘을 쏟았다. 옷도 촌스럽지 않았다. 제니스 조플린은 세상을 바꾸려는 듯 노래를 불렀다. 씨발 세상은 자유로운 곳이야- 라는 낙서를 했는데 대학생 형이 메모지를 들고 가 버렸다. 다음날에는 큰 종이에 예쁜 글씨체로 문에 붙어있었다.


여름방학이면 워터 덕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치고 앉아 있었다. 에어컨이 시원찮아서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고 등에서는 땀이 흘렀다. 그 때문에 옷이 다 젖었다. 내가 워터 덕에 가면 디제이가 제니스 조플린의 뮤직비디오를 틀어 주었다. 그것을 보는 기쁨이 컸다. 짐 모리슨, 제니스 조플린, 지미 핸드릭스가 같이 부른 ‘플레잉 레드 하우스’를 보는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당시 내 옆에는 늘 나를 따라서 워터 덕에 같이 왔던 친구 녀석이 있었다.     


 나는 런던 팝에서 음악은 듣지 않고 발랄한 여자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나왔다. 새벽 5시가 다 되어가기 때문에 오늘 밤에 일찍 다시 오리라 마음을 먹고 나와서 집으로 왔다. 나는 창문으로 건물을 보며 침대에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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