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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25. 2021

런던 팝에서 11

단편 소설



11.


 시체는 죽었지만 살아 있다. 사체 실험 리포트인 인체 재활용을 보면 시체 속에서 끊임없이 활동하는 박테리아는 증식하고 또 증식한다.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화공약품이 풍겨내는 냄새를 시체를 뿜어낸다. 인체의 조직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분해되면서 고약하고 특정한 냄새를 풍긴다. 살아있는 자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냄새, 살아가면서 도저히 맡아볼 수 없는 냄새다. 그 냄새는 시체에서 흘러나와 처음부터 죽어있는 사물이나 의자 또는 땅바닥, 흙이나 집안 가득 악취를 심어 놓는다. 아무리 빨고 닦아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 시취다. 배안의 장기가 부패하여 가스가 생겨나면서 제자리를 이탈한 내용물이 시체의 입으로 빠져나온다. 시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액체가 되어 간다. 생각의 범위에 있는 액체가 아니다. 구토를 유발하고 한 번 보면 잊지 못하는 액체다. 시체가 된다는 것은 어디에도 구원은 없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육영수 여사가 죽었고 케네디 미국 대통령도 죽었다. 모두가 액체가 되었다. 죽고 나면 제니스 조플린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죽음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버렸다. 그러니까 제니스 조플린이 있는 그곳이 과포화 상태라는 말이다.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은 지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보다 더 많다는 말이다. 그래서 신은 사람이 죽으면 액체화 시켜 버리고 만다. 액체화시켜 버리면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아마도 작은 병 하나에 그동안 죽은 사람들을 몽땅 집어넣을 수도 있다. 결국 죽어버리고 나면 제니스 조플린도 만나지 못하고 더 이상 아름다운 목소리도 듣지 못한다는 말이다. 씨발.     


 그녀의 이름은 정사라. 사라는 그날 이후 점심을 나와 같이 사무실에서 먹었다. 점심을 먹으면서 웃음이 많아졌다. 나는 돈 쓸 일이 별로 없었다. 사라가 나보다 월등히 돈이 많았기에 우리 두 사람에게 돈을 꼭 써야 한다면 그녀가 비용을 충당했다. 사라에게는 신형 1.6cc 아반떼가 있었지만 출퇴근은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하지만 나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된 이후부터는 출퇴근도 자가용으로 했고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나를 집으로 바래다주기 전에 사라와 나는 자동차에서 페팅을 했다. 페니스를 만지고 그녀의 가슴을 주물렀다. 기하학적인 자세로 페니스를 빨고 엉덩이를 빨았다. 봉크는 없었다. 그것에 둘 다 불만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페팅에 큰 쾌락을 느끼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알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집에 가면 창문 너머에 오래된 건물이 하나 있어. 건물이 나를 매일 쳐다봐. 처음에는 건물이 나를 쳐다본다는 느낌이 강했거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건물 속에 살고 있는 누군가가 나를 쳐다본다는 기분이 드는 거야.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그 누군가에게서 살아있다는 느낌이 없어. 그러니까....."


 나의 바지는 무릎까지 내려가 있었고 그녀의 뒤통수가 아래위로 움직이고 있었다. 사라는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입에 들어간 털을 빼내며 계속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페니스는 커지기도 했지만 자극을 받으면 벌어진 곳에서 쿠퍼 액이 흘러나왔다.


 액체다.


 인간의 몸은 액체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죽고 나면 모두 액 체화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페니스는 쪼그라들었다. 사라는 당황했는지 혀와 입술을 마구 움직였다.


 “오빠, 오빠가 저를 덮치지 않아서 저는 다행스러워요. 하지만 오빠가 저를 덮쳐도 저는 괜찮아요. 알겠죠?"


 그녀는 나에게 건물에 대해서, 건물이 쳐다보는 것에 대해서 말하라고 했지만 그것에는 관심이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과연 그녀를 덮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지금 옆에서 나의 페니스를 진심으로 빨아주는 그녀가 있는데 나는 전혀 그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만약, 그녀를 대신해 우주 최강의 미녀가 앉아 있었다면 생각이 달라졌을까. 그것 역시 잘 알 수 없었다.


 집으로 올라와서 불을 켠 시간이 10시였다. 사라와 나는 페팅을 나누고 근처의 식당에서 게맛살 명란 파스타를 먹고 집으로 왔다. 내일부터 바빠질 거라고 그녀가 말했다. 내일 받아 올 네 군데 업체의 디자인 도안을 이번 주 내에 다 해야 한다고 했다. 어쩌면 야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녀는 옆에 같이 있어 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야근을 하는 중간중간에 아마도 페팅을 할 것이다. 연장근무를 하면서 그 정도는 보너스 같은 것이다.


 나는 집으로 와서 창문으로 보이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건물은 일 년 전이나 두 달 전이나 전혀 변함이 없었다. 뒷모습이라서 그랬을까. 손을 씻고 집을 나서서 건물 앞으로 갔다. 런던 팝의 네온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어제는 몰랐지만 런던 팝이라는 글자가 뒤집어져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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