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수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Jun 15. 2021

오늘 같은 날 달래무침에 밥 비벼 먹자

음식 이야기


입맛이 없어서, 같은 말을 들으면 속으로 도대체 입맛이 없을 수가 있나? 같은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나는 그랬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계절을 타는 사람들은 그런 계절이 돌아오면 그 시기에 입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나도 봄을 엄청나게 탄다. 봄이 오면 몸이 산산이 부서지고 흩어져 먼지가 되어 버릴 것만 같다. 그런데 입맛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봄이면 특히 봄에만 나는 나물이 있어서 더 입맛이 좋다.


유튜브에서 꼰대희와 같이 밥을 먹던 김민경이, "입맛이 없을 때"라는 말을 꼰대희가 하니 "그기 뭔데 예?"라고 하데. 그러니까 입맛이 없을 때가 뭔지 나도 모른다. 몸이 아파서 입맛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고개를 옆으로 살짝만 돌려도 맛있음 음식 투성이다. 굳이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도 나는 다 맛있다. 못 먹는 것 빼고는 다 맛있다. 못 먹는 건 아주 매운 음식이나 너무 뜨거운 음식 정도다. 사람들은 또 지금처럼 봄이 끝나고 여름이 도래한, 이렇게나 더운 날 입맛이 떨어졌다고 한다. 하하하 웃음만 나오는 소리다.



그래서 입맛이 떨어진 오늘 같은 날 준비한 게 달래무침이다. 아주 간단하다. 양념장을 그럴싸하게 만들어 달래와 같이 무치면 된다. 달래무침은 메인 반찬의 옵서버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오롯이 밥과 함께 먹기에도 너무 좋은 음식이다. 그저 밥에 슥삭슥삭 비벼서 책이나 읽으며 먹으면 된다. 단지 이렇게 먹으면 단점이 있다. 책에 신경을 빼앗겨서 그런지 몰라도, 아니면 달래무침이 아주 맛있어서인지 몰라도 너무 많이 먹게 된다. 배가 부른지도 모른다. 먹을 때 배부른지 모르는 음식은 조심해야 한다. 일어나면 배가 엄청 부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 달래의 향이 온 입 안에 퍼져서 내내 기분이 좋다. 달래의 대가리를 씹을 때는 시원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간장 양념과 밥알이 달래와 어우러져 온 입안에서 팡팡 터진다. 중학교 때 울진 불영계곡에 있는 외가에 가면 어른들이 달래무침을 잔뜩 무쳐서 거기에 밥을 왕창 비벼서 같이 먹곤 했다. 어릴 때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는데 개울에서 물놀이를 하고 나와 사촌동생과 함께 마당에 펴 놓은 돗자리에 앉아서 같이 퍼 먹다가 너무 맛있어서 한 양푼이 다 먹은 기억이 있다.



만약 식당을 한다면 이런 달래무침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팔면 어떨까 싶다. 대체로 집 밖에 나와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입 안에서 잘 녹는 음식들이다. 몇 번 씹지 않고 넘길 수 있는 음식들, 정크푸드나 파스타나 국수처럼 소스나 국물이 있는 음식이다. 하지만 콩나물무침 밥, 달래무침 밥 같은 음식을 파는 곳은 잘 없다. 달래는 제철 음식이니까 철이 지나면 나오지 않는다. 그때는 그 철에 맞는 재료로 무침을 해서 비빔밥으로 판다. 양념장은 다 똑같은데 그 양념장만 잘 만들면 된다. 양념장의 비밀은 간장에 매실액을 넣으면 된다. 그렇게 하니 참 맛있는 양념장이 된다.


어떤 집에서도 낼 수 없는, 간단하지만 맛있는 양념장으로 달래무침을 해서 밥과 함께 비벼서 먹을 수 있게 내놓는다. 그리고 식당의 이름은 ‘한 번 먹어보면 반하게 되는’으로 한다. 누군가 약속을 정할 때 우리 어느 식당에 갈까 라고 하면 상대방이 한 번 먹어보면 반하게 되는 식당에 가자 라고 한다. 그러니까 그 식당이 어디냐고. 같은 대화를 하면서 우리 식당을 찾는다. 이런 상상을 하고 있으면 정말 식당을 하고 있는 착각이 든다. 그리고 식당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로 소설을 적는다. 재미있는 소설이 나올 것 같은데, 어떻든 간단하지만 먹고 나면 반하게 되는 음식 중에 달래무침이 들어간다. 엄청 맛있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소설을 관람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