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Aug 04. 2021

그녀를 사랑한 죄 3

단편 소설


3.


 그녀의 느낌도 그랬다. 불길했다. 불길하지만 그 불길함이 불안함을 압도해버려 그녀와 있으면 그것이 불길 함인지 어떤지 구분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남자의 기분 나쁜 미소를 매일 밤 보면서 어쩐지 남자에게서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내 속에 감춰져 있던 또 다른 나의 어두운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착각. 남자가 그녀의 남편일 거라는 생각과 함께 계단 위에 앉아서 한 없이 나를 내려다보는 모습에서 나는 나를 투영했다. 그건 내 몸에서 나오는 하얀 고름 냄새 같은 것이었다. 달달해서 맡고 싶지만 기분 나쁜 그런 냄새 같은 것이다.     


 그녀는 기이하고 꽤 신비한 사람으로 거친 섹스를 바랐고 항문 성애까지 허락했다.      


 저는 당신을 떠올리며 식탁에 앉아 혼자 하고 있습니다. 이토록 축축해질 수 있을까. 몹시 젖어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깊은 곳까지 들어왔던 당신을 떠올리며 저는 점점 흥분하고 있습니다. 가슴을 만지는 것도 이렇게 흥분이 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지경입니다. 분명히 남편이 거실에 앉아있지만 저는 야릇한 죄를 짓는 것처럼 당신을 생각하며 식탁에 앉아 저의 육체를 탐하고 있습니다. 그런 저를 음탕한 여자라고 해도 저는 상관없습니다. 저에게 눈을 뜨게 한 당신과 또 한 번 몸을 나누고 싶습니다.     


 메일로 들어온 그녀의 편지에는 스노비즘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본능적이고 쾌락적이었다. 덕분에 나 역시 그녀를 생각하며 자위행위를 두 번이나 했다. 이모의 집 거실 바닥에 그대로 싸버리고 말았다. 정액이 바닥에 닿았는데 평소보다 빨리 말랐다. 그대로 두어도 내일이 되면 바짝 말라 있을 터였는데. 그때 한 번 닦으면 그만이다. 냄새도 흔적도 없어지고 만다.     


 평소의 그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만 원래 그녀 모습이 메일로 온 편지 속의 그녀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나보다 연상이라 반말로 나를 대했지만 편지에는 나를 높여 부르고 있다. 어쩌면 내가 아닌 어떤 누군가에게 그녀는 말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뭐? 남편 이야기?”


 그녀는 내가 남편의 이야기를 해달라는 말에 조금 생각을 했다.


 “남편은 서질 않아.”


 “그래서 날 택한 거야?”


 “기분 나빠?”


 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입 밖으로 기분이 괜찮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남편은 남편대로 사랑하고 있어. 남편이 그렇게 된 데는 나 때문일지도 몰라.”     


 그녀와 처음 섹스를 했을 때 그녀는 뒤에서 해 달라고 했다. 뒤에서 보는 그녀의 엉덩이는 큰 하트를 보는 것 같았다. 피부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튼 살이 보이지 않았고 매끈한 엉덩이 피부에서 내 손은 떨이지 않았다.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 그녀의 상체는 안타까움과 아름다움이 교차되었다. 아아, 내뱉는 교성은 녹음해 두었다가 두고두고 듣고 싶을 정도로 좋은 소리였다. 일반적으로 하루를 보내면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분명 아니었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그녀를 사랑한 죄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