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Aug 05. 2021

그녀를 사랑한 죄 4

단편 소설


4.


 결혼한 여자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결혼한 여자에게 선택당할 수는 있었다. 그녀를 안고 있으면 일종의 안도가 내 몸을 감싸 안는다. 이상하지만 결혼하지 않은 여자를 안았을 때에는 전혀 느끼지 못한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안고 있으면 잡음도 들린다. 끼이이이하는 연주하다만 바이올린 소리 같은 것. 거슬리는 소리가 들렸다.     


 잘 빠진 유부녀를 안는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까 생각했지만 그녀 속으로 들어가면 행복한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럴 때면 나는 어떤 식으로 성장을 하는 것이다. 내가 리드를 하는 잠자리에서는 성장이 불가능했다. 그녀가 만져주고 빨아주고 안아주는 자리에서는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이대로 망가져도 좋을, 부서지기 일보직전으로 그녀와 섹스를 했다. 그녀는 못다 한 삶을 사는 사람처럼 격렬하게 몸을 움직였고 그녀의 신음소리는 굉장했고 우울했고 기뻤고 천박하며 아프게 들렸다.    

  

 그녀는 평소 말소리가 작다. 움직임도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가 이걸 해야겠다는 의지가 그녀의 움직임 속에는 있었다. 그녀는 부유층을 상대로 하는 고급 옷 살롱을 하고 있었다. 손님들에게 옷을 권할 때에도 필요한 말만 했다. 잘 어울린다거나 손님에게 딱이네,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치수를 말하고 훈련되지 않은 미소로 입어보라고 할 뿐이었다. 그녀는 음식을 먹을 때에도 거의 소리를 내지 않았다. 먹고 싶은 것이 없냐고 물어보면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면 족하다고 했다. 좀체 웃지 않았지만 한 번 웃으면 수줍은 미소가 점점 피어올라 만개한 꽃이 되었다.     


 이런 여자는 잠을 잘 때에는 어떤 모습일까.

 그저 가만히 누워만 소극적으로 잠이 들까.

 잠꼬대도 할까.     


 저는 당신이 벗겨 놓은 내 몸에 향유를 부을 때를 기억합니다. 당신의 손길이 향유와 함께 온 몸 구석구석 퍼질 때 저는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흥분을 느꼈습니다. 당신의 그 손길과 향유를 바르면서 나에게 한 달콤한 말들은 그 어떤 맛있는 음식보다 맛있었습니다. 당신의 손길이 그곳에 달을 때 아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당신을 정말 그때는 씹어 먹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가슴이 이렇게 뛸 수 있다니 의사를 찾아야 할 지경이었습니다. 저는 이전까지 느껴보지 못한 절정의 극치를 느꼈습니다. 아아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남편과는 공유할 수 없는 향유의 흥분이었습니다. 당신에게 처음 내 몸을 보여주기 꺼려한 이유가 유부녀가 된 이후로 어떻게 해도 늘어나는 팔뚝 살이나 옆구리 살이 선뜻 당신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이유라는 것에 나는 수치심을 깊게 느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런 문제에 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오로지 ‘저’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 주었습니다. 그건 실로 잊어버렸던 나의 감정을 되살아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남편을 사랑합니다. 남편이 그렇게 된 데는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남편 역시 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저 몰래 여러 군데의 병원에 다니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남편은 차도가 없습니다. 남편이 나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이 듬뿍 있음에도 그것을 미뤄두고 저를 만족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저는 남편의 그런 모습이 안쓰러워서 남편과 함께 있을 때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남편의 손이 저의 몸 여기저기를 훑는 것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저를 통해 만족을 하고 저는 당신을 통해 만족이라는 목표에 도달합니다. 제가 이기적인 년이라는 걸, 압니다. 그러고도 당신이 제 눈앞에서 사라지면 또 당신이 보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됩니다. 세 사람이 있습니다. 이 세 명이 모두 만족하는 삶을 매일 누린다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그녀를 사랑한 죄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