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지난번에 이어 조회수에 관한 이야기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1993
조깅의 흔적들이 5만 회를 넘었다. 아마 이 글을 적는 시점에는 6만 회가 되었을 것이다. 링크에서 말한 것처럼 브런치 글이 카카오나 다음의 메인에 걸려 버리면 일단 조회수가 많이 나온다. 메인에 오른 화면을 보면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그러니까 캡처 한 사진 속에서 재미있는 걸 하나 발견했다. 여러분도 함 보시라. 저 화면에서 뭔가 재미있다. 찾으셨을까.
그건 나 빼고는 다 여자들이다. 저 옆에 워치는 남자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육안으로 보기에 남자는 달랑 나 혼자뿐이다. 이 카테고리가 스타일에 관한 건데, 여기에는 건강과 운동에 관한 피드들이 많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고 조회를 많이 하는 건 음식에 관련된 글이나 사진, 먹는 것과 함께 운동에 관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기 가꾸기’에 사람들은 관심이 많다.
이게 참 모순이라면 모순이다. 맛있는 음식에 관심이 많으면서 자기 가꾸기에도 관심이 많은 게 인간이다. 먹는 걸 좋아하면 자기 가꾸기는 어쩌면 포기해야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지만 맛있는 것도 마음껏 먹으면서 자기 가꾸기에 관심을 가지는 방향으로 요즘은 변했다. 예전 같았으면 둘 중에 하나에만 만족해하며 지내자, 였다면 요즘은 둘 다 포기하지 않고 둘 다 만족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마음껏 먹으면서 날씬해지고 싶다. 모순이다. 왜냐하면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맛있는 음식은 죄다 몸에 안 좋다고 하며 살이 찐다고 한다. 탕수육을 막 먹으면 피가 맑아지고, 족발을 한 접시 홀라당 먹으면 살이 쪽 빠지면 얼마나 좋을까. 브로콜리를 많이 먹으면 배가 나오고, 물 많이 마시면 겨드랑이 털이 죽죽 자라나면 좋겠지만 이 세상은 전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맛있는 걸 다 찾아 먹으며 날씬하기란 모순이다. 하지만 모순에 모순을 덧입히면 그 모순을 모순적으로 모순하게 되어서 무모순의 경지에 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모순을 뒤집는 것이다. 그러면 모순이라도 다시 원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소설의 특징이라면 허구를 비틀어 현실을 직시한다. 그런 것과 비슷할까.
모순을 뒤집는데 제일 좋은 방법이 움직이는 것이다. 특히 글을 많이 쓰는 사람들은 ‘시간이 날 때’ 움직여서는 안 되고 ‘시간을 내서’ 움직여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시간이 갈수록 몸은 점점 노화되기 때문에 자주 움직여주지 않으면 노화되는 속도가 빠를 뿐이다. 괴테도 젊은 시절에는 날밤 가리지 않고 앉아서 글만 썼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시간을 내서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정 시간 걸었다. 칼 융도, 그의 스승인 프로이트도 환자 보고 글 쓰는 생활에 아주 흡족했는데 어느 날부터 시간을 내서 움직여 운동을 했다.
우리에겐 자기만의 리추얼이 필요하다. 무엇인가에 빠져들어서 집중할 때 주위의 방해로부터 이겨낼 수 있는 나만의 리추얼이 꼭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이 운동이다. 김종국도 먹고 싶은 음식 다 찾아 먹고 그만큼 운동을 한다고 한다.
브런치는 천 단위는 천이 오를 때마다 알림을 주고 만 단위는 만, 삼만, 오만, 칠만, 십만, 이렇게 오른다. 뭐 중요한 얘기는 아니고.
작년 이맘때에도 이 비슷한 글을 적은 적이 있었다. 전부 먹거리에 관한 글이 조회가 많이 되었는데, 작년 이맘때에 ‘조깅을 매일 조금씩 하다 보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는데 역시 다음 메인에 걸리게 되고 조회가 10만 회가 넘어갔다.
개인적으로 달리기에 관해서 여러 글을 썼는데 달리기는 여러 운동 중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자기만의 리추얼을 형성하는데 가장 탁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길과 운동화만 있으면 되니까. 뭐 다른 용품이나 도구가 필요 없다. 고가를 들여 자전거를 살 필요도 없고, 배드민턴 라켓도 필요 없다. 단지 자전거에 비해, 배드민턴에 비해 재미는 떨어진다. 그래도 그저 죽 뻗은 길과(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 운동화만 있으면 몸을 푼 다음에 영차영차 달리기만 하면 되니까 무척 쉽다.
그리고 코스에 나오면 여러 러너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모습을 스치며 보는 것도 꽤 재미있다. 다 달리는 폼이 다르기 때문에 보폭이나 복장이나, 단체냐(코시국이라 보기 힘듦) 개인이냐에 따라 달리는 분위기가 다 다르다. 무엇보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바람의 흐름, 공기의 온도, 새들의 소리, 강물의 색감 등이 매일 조금씩 다르며 감각으로 만질 수 있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885
작년 이맘때 글인데, 내년 이맘때에도 이 비슷한 글을 적을 수 있을까. 기대 반, 우려반이다.
오늘도 내 마음대로 선곡 https://youtu.be/I2pXKo6j-8g
소녀대의 코리아. 이 영상은 복원을 해서 아주 깨끗하다. 소녀대는 반일감정이 아주 강한 시기에도 인기가 많았다. 롤러스케이트 장에 소녀대의 코리아가 울려 퍼졌고 목소리 굵은 남자 고등학생 녀석들이 따라 부르곤 했다. 소녀대는 코리아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노래를 하기도 했고, 한국은 좋은 나라라고 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일본에서는 큰 빛을 보지 못했다. 소녀대에는 원래 비비안수가 있었는데,라고 또 시작하면 이야기가 길어지니 넘어가자.
이 노래는 3가지 버전이 있다. 당시 88 올림픽 시기라 전 세계에 한국이라는, 서울이 있는 코리아가 알려질 때였다. 그래서 영어로 된 버전을 부르는 외국 가수가 있었고 한국 버전은 박혜령이 불렀다. 꿈의 나라 코리아. 해가 지지 않는 코리아. 라며 기분 좋게 불렀다. 어른이 된 지금 코리아가 꿈의 나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 어른들에게 가장 실망한 거짓말로, ‘어른만 되면 행복해진다’는 말이 1등이었다. 성큼성큼 코리아로 들리는 소녀대의 코리아, 한 번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