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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03. 2020

조깅을 매일 조금씩 하다 보면

달리기 이야기

매일 조금씩 조깅을 한지도 거의 십오 년이 지났다. 하루키는 먹는 것도 가리고 사반세기를 매일 강도 높게 조깅을 하고 마라톤에도 출전을 하지만 나는 조깅을 하다가 힘들면 걷거나 중간에서 팔 굽혀 펴기를 하다가 그냥 돌아오기도 하는 등 강도 높게 조깅을 하지는 않는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여름이면 12킬로미터 정도를 매일 달렸는데 5년 전부터는 6, 7킬로미터 정도를 달리고 코스에 오르막길이나 계단 따위를 집어넣어서 달린다.


대신에 거의 매일 한 시간 정도 조깅을 한다. 2018년에는 이틀 빼고는 363일을 조깅을 하거나 비 오는 날 걸었다. 이렇게 말하면 대단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하루 24시간 중에 고작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을 하기 때문에 전혀 대단한 일은 아니다.


매일 조깅을 조금씩 하는 이유는 먹는 것을 가리지 않고 음식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좋아하기에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그대로 살로 가버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매일 글을 좀 쓰려면 몇 시간 의자에 딱 앉아 있을 수 있는 엉덩이의 근육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체 운동 위주로 매일 조깅을 한다.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나가서 코스를 걷다가 강변에 천막이 있는 곳에서 근력 운동을 조금 한다. 비가 와도 조깅을 나가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하자.


중요한 건 15분씩 하더라도 매일 하는 것이다. 매일 하는 것에 이길 수 있는 건 없다고 본다. 운동과 책을 읽는 건 시간이 날 때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든 시간을 내어서 해야 한다. 모두가 바쁘기 때문에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려고 시간이 나지 않는다. 그 사이를 비집고 어떻든 시간을 내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어딘가로 이동을 할 때, 누군가를 기다릴 때 충분히 할 수 있다. 브런치나 인스타그램에 매일 책에 대한 이야기를 올리는 사람은 그렇게 시간을 내서 열심히 읽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차인표(는 두 편의 장편 소설도 써냈다. 나는 그 두 편의 소설을 다 읽었는데 정말 소설이 좋았다. 심지어 무뚝뚝한 내가 다른 소설을 읽고 눈물을 흘린 적이 없는데 차인표의 한 소설을 읽고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창피하게도 외국인들이 잔뜩 술을 마시는 퍼브에서 그랬다. 그중 한편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가 미국에서 생활을 할 때 길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도 팔 굽혀 펴기를 하고 길을 걷다가 팔 굽혀 펴기를 했었다고 했다. 그것이 습관이 되면 어디서나 팔 굽혀 펴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게 된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로 조깅을 하다가 팔을 굽힐 곳에 있으면 어디서든 했다. 그 장소가 조깅코스일 때도 있고, 길거리 우체국 앞일 때도 있고, 버스정류장일 때도 있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누구 하나 관심 주지 않기 때문에 그냥 하면 된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거나 신호등을 기다릴 때 스쿼트를 해도 그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다. 나를 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은 부질없는 짓이다. 누구도 나에게 큰 관심이 없기 때문에 시간을 벌려 운동을 하고 책을 읽으면 된다.


나는 헬스클럽을 한 번도 다녀본 적은 없다. 물론 앞으로도 다니지는 않을 것 같다. 헬스클럽에서 제대로운동을 하면 근육이 예쁘게 자리를 잡아서 몸은 아주 보기 좋을 것이다. 일하는 곳 위층이 대형 헬스클럽이라 늘 트레이너들이 와서 운동을 하자고 꼬드기고 있지만 아직 넘어가지 않고 있다. 자본주의 운동은 거시적으로나 미시적으로 아주 좋다. 하지만 야외를 봄여름 가을 겨울 조깅을 하다 보면 계절의 변화와 함께 매일 스치는 변수와 마주하게 되는데 그게 묘미다. 요컨대 매일 지나치는 횟집 앞에서 생선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길고양이 단추(양추의 동생이나 자식)의 모습을 본다든지, 매일 보던 할아버지가 어느 날부터 안 보이게 되면 아, 하는 생각이 든다든지.


이런 복장으로 조깅을 하면 시선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아버님들이다. 이제 노력으로는 근육을 만들 수 없는 아버님들이 저녁이면 조깅코스에 나와서 걷기 운동을 하다가 나를 보며 한 마디 하거나, 엄지를 보이거나 손뼉을 쳐주기도 한다. 그러면 큰 소리로 감사합니다, 아버님도 멋지십니다.라고 한다. 사람마다, 또 체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운동은 공복에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밥을 먹고 운동을 하면 소화가 되기 때문에 운동이 끝나고 샤워하고 티브이를 보거나 눕게 되면 또 허기가 진다. 그러면 먹을 걸 찾는다.

 

매일 조깅을 좀 하면서 느낀 건 하루키는 참 대단하네,를 넘어서 독한 사람이구만, 하는 생각이 든다. 롤링 스톤즈의 믹 재거도 매일 19킬로미터씩 조깅을 한다. 로커가 무대 위에서 뚱뚱하게 보이는 것은 죽기보다 싫다는 것이다. 아직도 스키니 진을 입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매일 아침 조깅을 하는 이승환 역시 마찬가지다. 무대 위에서 가장 멋진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자신을 좋아해 주는 팬들을 위한 것이다.


하루키가 대단하다는 건, 그건 해보니까 알 수 있는 것이다. 사반세기를 지치지 않고 매일 마라톤을 하듯이 조깅을 한다는 게 인간이 할 짓인가. 왜냐하면 달리기 직전까지 하기 싫어서, 달리고 싶지 않은 이유 백가지가 바지단을 붙든다. 그걸 뿌리치고 운동화를 신기까지가 정말 힘들다. 달리는 행위나 운동 자체는 딱히 힘들지 않다. 두 시간 걸으면 힘들지만 한 시간 달리면 상쾌한 법이다. 달려야 하는 사소한 이유 한 가지가 달리고 싶지 않은 백가지를 물리친다. 신체에 기분 좋은 고통을 주고 나면 그 고통을 느끼는 일이 즐거워진다. 살아있기에 고통을 느낄 수 있는 것이기에.

 


링크는 달리기에 관한 다른 글입니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692

 

https://brunch.co.kr/@drillmasteer/362


https://brunch.co.kr/@drillmasteer/502



사진은 조깅을 하고 난 후 찍은 것인데 얼굴은 못생긴 관계로 날렸습니다.



조깅 후 돌아오는 길에 늘 보는 횟집 앞에서 떡고물을 기다리는 단추 녀석. 양추는 겨울 이후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횟집 문 앞에 딱 버티고 앉아서 언제까지나 생선을 기다린다
불러봤더니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는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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