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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03.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71

8장 3일째

171.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7번 F단조를 듣고 싶었다. 그중 ‘열정’ 1악장이 듣고 팠다. 대학시절 연상의 여자가 마동을 데리고 피아노실에서 종종 들려주었던 곡 말이다. 고민이 있거나 제대로 풀리지 않는 일이 있을 때 그녀는 마동을 데리고 피아노실로 가서 그 곡을 연주해주었다. 그 곡을 듣고 있으면 마치 현세에서 벗어나는 느낌을 받곤 했다. 초반부터 휘몰아쳐 가는 것이 연상의 그녀 스타일이었다. 거침없이 처음부터 몰아세운다. 가슴이 뛰고 격정에 차오르기도 했다. 불타는 에너지에 마동은 압도당해 버렸다. 고결한 피아니스트만이 정념 가득히 그 곡을 연주해 낼 수 있는 것이다. 하강과 상승의 곡선이 유하게 이어지며 숨을 토하게 만들었다. 마동은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막혔던 장벽이 뚫리는 기분이 들었고 덕분에 당시에는 잘 헤쳐 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이제 그 곡이 없어도 세상 속에서 충분히 자유와 함께 결여된 부분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곡이 미치도록 듣고 싶었다. 바로 옆에서 피아노의 건반이 전달하는 그 엄청난 울림과 떨림을 몸속으로 느끼고 듣고 싶었다. 그래야 지금 이 순간에 무엇인가 생각이 날 것 같았다.


 정부는 클라이언트의 목적과 타당성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지 않을 것이다. 정부를, 정부에 속해 있는 권력자들, 그 밑에서 개처럼 일하는 정부의 인간들을 속이고 고객과 모종의 계약으로 거대한 작업을 착수하고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불법으로 간주할 것이다. 그들은 일단 불법이라고 판단이 되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부당한 것으로 간주된 우리는 회부될 것이다. 곧이어 파멸이라는 이름의 종결로 이어질 뿐이다. 입안에 침이 전부 말라버려 아타카미가 되어버렸다.


 마동은 천천히 손을 들어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손금이 기이했다. 또 변했다. 손바닥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할 손금이 사장실의 사물처럼 제자리에서 이탈해 있었다. 발바닥에 변형이 오고 손금이 자리를 이탈했다. 복잡함과 시련은 늘 한꺼번에 몰려온다.


 “그렇다면 클라이언트는 왜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죠?”


 오너는 조금 깊게 생각한다. 생각도 자리를 잡아야 한다.


 “정부 때문이지. 정부는 오래전에 미국 정부와 협상을 했네. 그 협상의 조건에는 감시가 붙어야 한다는 것이 명시되어 있었지. 우리나라 모든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전부 미국 정부에서 감시를 하고 있다네. 핵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은 원자력을 태우고 남은 찌꺼기야. 그것으로 핵의 원료를 만들지. 클라이언트가 젊었던 시절, 그 시절부터 핵을 연구해왔기에 우리도 미국의 간섭만 없다면 핵이라는, 무섭지만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방어막의 형성을 이루었겠지. 그 플루토늄이라는 게 군사적으로 사용이 되면 안 되기에 미국 정부에서 감시를 할 수밖에 없었지. 하지만 미국은 어쩐 일인지 애당초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소를 전부 감시하고 있어.”


 "클라이언트가 사용하려는 목적으로는 정부는 허가를 내주지 않아. 그렇게 되면 정부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빅 브라더의 간섭을 다시 받게 되네. 정부 쪽 사람들은 멍청이가 아니네. 그들 역시 지금은 부피가 커버려서 어떠한 간섭에 대해서는 배척하려는 의지가 강하네. 자칫 우리가 생각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클라이언트는 생각한 거야. 클라이언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와 재능으로 정부 사람을 따돌리며 자신의 아들을 정상인으로 만들어 싶어 한다네. 그에게 받은 현금은 직원들에게 모두 나누어 줄 거야. 능력에 맞게 일한 대가에 따라 배당을 해놨네. 혹시 일어날 일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 놨네. 그렇지만 말이야, 혹시 일어날 일은 일어나지 않아. 나를 믿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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