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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02.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70

8장 3일째

170.

 “그래서 정부의 감시가 이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면 피해 가는 방법은 어느 정도 모색을 해놨다네. 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직원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거야. 모든 것은 내가 전부 처리할 테니 말이네. 문제는 그 작업을 당장 오늘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는 것이네. 그리고 디자이너들의 도움 없이 자네가 독단적으로 작업을 해줬으면 해서 이렇게 전화상으로 말하지 못하고 불렀네. 미안하게 생각하네.”


 마동은 꿈의 레이어를 재배치해야 하고 세밀한 공정 같은 오버래핑의 작업까지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어디 믿기지 않는 일이 하루 이틀 일인가.


 “만에 하나 작업이 순조롭게 완료되어서 클라이언트에게 돌아간 다해도 그 사람이 어떠한 방식으로 사용을 하게 되는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 만에 하나라도.”


 “만일 그렇게 되면 추적을 당하게 되겠지. 그리고 우리는 파멸이라는 구덩이에 빠져나오지 못하게 될 거야. 그런 식으로 결말이 난다면 우리 회사도 회생이 불가능하고 직원들에게도 면목이 없지. 헌데 말이네. 실은 클라이언트가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이 우리의 생각밖에 있네. 그에게는 서른 살 된 아들이 있네. 정신지체를 앓고 있다고 해. 지능이 4살 미만이라 외모만 서른 살이지. 지적능력이 미취학 아동에 머물러 있네. 그는 평생 자신의 아들의 병을 고치려고 병원이란 병원은 모조리 알아보고 다녔다고 하네. 알겠지만 오래전 영화에서 미래에 관한 내용이 나오면 지금쯤이면 자동차가 하늘을 쉽게 날아다니고 아픈 사람들은 알약 하나로 거뜬하게 나아야겠지만 현실의 과학이나 의학이 영화의 속도에 비례하지는 않지. 클라이언트는 심지어 브라질의 개인병원까지 가봤다고 하더군. 그런데 선천적으로 미숙아 상태로 태어난 사람의 뇌를 인간의 힘으로, 현재의 의학으로 아직은 멀쩡하게 돌려놓을 수가 없다고 해. 그렇게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네. 클라이언트는 평생 군 기관에서 군수물품 과학 분야에서 플루토늄 연구를 해오면서 플루토늄 이외에 전기적 자극을 주어 떨어진 뇌기능을 되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고 하네. 당연하지만 자신이 먼저 죽게 되면 아내도 없어서 미숙아인 아들 혼자 살아가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더군. 뇌가 미숙아인 사람은 당분의 유혹을 견디지 못한다고 하네.”


 “당분이요?”


 “그렇지, 달달한 음식의 유혹을 누군가가 막아줘야 한다고 해. 그렇지 않으면 음식이 달지 않으면 먹지 않게 되니까. 지금도 몸이 많이 거대하다고 하네. 그가 지니고 있는 엄청난 자본은 어딘가로 흘러갈 곳도 없는 미궁 속의 현금이라고 해. 자신의 아들이라도 돈이라는 물질에 눈을 떴다면 다 줘버리고 싶지만 그의 아들은 4살의 지능이지. 고작 과자 정도 사 먹을 돈이면 최고라고 생각하는 거야.”


 침묵이 흘렀다. 현실 속에서 보기 드문 묵직한 침묵이었다. 오너와 마동을 제외한 모든 사물이 침묵 속에 침몰할 것 같았다.


 “정부가 추적을 한다고 해도 목적이 불온하지 않기에 모두에게 잘못된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 걸세.” 오너는 덤덤하게 말했다. 하지만 불안해했다. 그 불안이 시작하는 곳은 알 수 없는 미지의 어딘가 일 것이다. 거기서 오는 것이다. 그러기에 불안은 사람을 무섭게 만든다.


 침묵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의 물품 위에 고스란히 내려앉았다. 무게가 없는 침묵은 현실에 어울리지 못하고 물품 위에 쌓여서 고요하게 오너와 마동을 응시할 뿐이었다. 오너도 말이 없고 마동 역시 미동도 없고 의자에 앉아서 마스크만 만지작거렸다.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은 무력감으로 내려앉은 고요만이 알고 있었다. 사장실에는 에어컨이 나오고 있지 않았음에도 질척한 냉기가 흘렀다. 마동은 몸을 살며시 부르르 한 번 떨고서는 집요한 고요 속으로 다시 몸을 숨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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