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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Oct 02. 2021

초등 2학년이 쓴 소설

소설

1.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지구도 생겨나지 않았을 때 일입니다. 우주 밖에 없었던 세상이었습니다. 우주에 있던 먼지들이 모이고 모여 한 행성이 만들어졌습니다. 그 행성에는 아무것도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불빛이 번쩍! 하더니 한 아기가 “응애응애” 하며 하늘에 둥둥 떠있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는 노래에 맞혀 입으로 후! 하고 바람을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행성에 공기가 생기고 적당한 중력도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노래에 맞혀 침을 뱉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바다가 생기고 강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하늘은 파랗게 물들고 구름이 생겨나고 해, 라는 것도 생겨 났습니다. 해는 행성을 따뜻하고 밝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행성은 살기 좋은 곳으로 변했습니다.


행성은 평화롭고 조용하고 잠잠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행성을 살기 좋게 만든 아기가 그새 훌쩍 자라 어른이 되었습니다. 이제 아기라고 부르면 안 되겠죠? 이제는 이름을 부릅시다. 이름은.


2.

‘페리마’였어요. 페리마는 행성에다 이름을 지어 주었어요. 이름을 ‘지구’라고 지었지요. 페리마는 지구를 좋아했어요. 그리고 시간이 흘렀어요. 페리마는 시간이 갈수록 지구가 너무 허전하고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페리마는 생각했어요.


내가 지구를  발전시켜야겠군!’


페리마는 지구를 더 발전시키기로 마음먹었어요. 페리마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요.  갓난아기 때 지구도 만들었는데 이런 것쯤은 식은 죽먹기겠죠? 그래서 페리마는 씨앗 이란 것을 만들었어요. 여러 종류에 씨앗들을요. 씨앗은 작았어요. 그 씨앗들을 흙에다 뿌렸어요. 그리고 며칠이 지났어요.


씨앗을 심었던 자리에서 작은 싹이 자라났어요. 그리고는 얼마  있어 풀과 나무 그리고 꽃까지 생겨나 지구는 훨씬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습니다. 페리마는 생각했습니다.


‘지구는 허전하진 않지만 너무 조용하잖아’

그래서 이번에는 사람을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페리마는 흙을 물에 적셔 진흙을 만들고 그 진흙으로 사람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페리마는 얼굴부터 만들기로 했어요.


3.

처음 만든 얼굴은  이상했습니다. 돼지 같기도 했습니다.


이건 아니야


페리마는 다시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도  이상했습니다. 이건  같기도 했습니다.


이것도 아니야


 페리마는 다시 한번 만들었습니다. 이건 토끼 같기도 했습니다.


이것도 아니야


페리마는 이것 말고도 여러  실패를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26번째 얼굴이었습니다.


바로 이거야!”


페리마는 너무 좋았습니다. 페리마는 실패한 얼굴들이 아까워 그 얼굴들로 ‘동물’이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사람에 팔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4.

그래서 팔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팔도 처음 만들건 이상하겠죠? 역시 그랬습니다. 처음 만든 팔은 이상했습니다.


이건 아닌  같아, 다시 만들어야겠어.”


페리마는 다시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만든 팔에다가 손이라는 것을 달고 손에는 5개의 손가락이 있었습니다. 손가락이 5개인 이유는 페리마가 아기였을 때 페리마는 5년의 시간이 흐르고 듬직한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얼굴과 팔과 손이 완성되었습니다.


페리마는 아까 만든 팔과 손이 아까워 그것은 다리와 발이라고 지었어요. 발에는 손가락처럼 발가락이 5개가 있었어요. 발가락은 손가락보다 짧았어요. 그리고 페리마는 이번에 가슴과 배와 엉덩이를 만들기로 했어요. 가슴, 배, 엉덩이는 모두 연결되어있었어요. 페리마는 만들기 시작했어요. 다른 것들은 한 번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가슴,


여기까지가 초등 2학년인 조카가 쓴 소설이다. 그 후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으나 깜깜무소식이다. 어린이와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는 말들이 입에서 막 나오는 경우가 있다. 놓치고 싶지 않은 경우가 있다. 조카가 3살인가 4살 이럴 때, 밤에 차에 태워서 집으로 오는데 창에 붙어서 하늘을 유심히 보더니 “삼톤, 달이 왜 우리를 따라와?”라고 말했다. 어린이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대답을 하게 된다. 어른의 입장에서 아무말대잔치겠지만 어린이 입장에서는 그 순간은 몹시 진지하다. 나는 자식이 없으니까 조카를 비롯해서 어린이와 지내게 되면 나도 진지해진다.


친구의 아이는 두 명인데 아직 작은 애가 뱃속에 있을 때 가족사진을 한 번 찍어 준 적이 있다. 그것을 이렇게 걸어 두었는데 둘째가 태어나고 3살인가 되던 무렵 그 사진을 보더니 기겁하고 울면서 엄마에게 형 하고는 같이 사진 찍고 나는 왜 먹어 버렸냐고 하는 것이다. 어찌나 애틋하고 웃기던지.


어떻든 조카가 쓴 소설은 읽으면 별거 아닌데 재미있다. 소설이란 읽기 쉽게 쓰는 게 좋은 소설인 거 같다. 뒤의 이야기가 궁금한데 언제 나오려나.


그래서 오늘 선곡은 https://youtu.be/3aAza2nwa8Y

한때 최애였던 노래 The Cloud Room - Hey Now Now  아우 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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