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고 불리고픈 글귀
물의 슬픔을 뒤집어쓰고
깊고 깊은 밤이 되어 눈을 감으면
펄펄 끓는 물속에 들어가는 내가 보이고
몸이 벌겋게 익어갈 때
감은 두 눈 그대로
물에 반듯이 눕는다
펄펄 끓는 물은 뜨거운 슬픔을
깊고 깊게 지니고 있다
뜨거운 슬픔에 몸을 담그면
몸은 결정체가 되어 끓는점에 도달해
뜨거운 슬픔에 융해된다
물의 슬픔은 적막하다
투명한 고통과 동거 속에서
슬픔은 비스듬히 물결에
틈입한다
벌겋게 익은 내 몸은 물의 슬픔이
초래한 서사를 뒤집어쓰고
밤의 꼭짓점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