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이다
잡채 같지 않은 잡채도 잡채다. 잡채는 뜨거울 때 먹으면 맛있다. 중국집에서 잡채밥이 맛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상하게도 잡채밥이 짜장밥이나 짬뽕밥보다 맛이 덜 할 것 같은데 더 맛있다. 그러면 식으면 맛이 없냐면 또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식은 잡채를 더 좋아한다. 딱히 이유는 없다. 그저 뜨거운 모든 음식은 뜨거울 때 먹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빨리 먹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식은 음식은 될 대로 돼라, 같은 마음으로 천천히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식은 잡채에 고추냉이를 뿌려 킁 하며 먹는 맛이 있다.
잡채라는 이름이 재미있어서 찾아보면 잡채의 한자는 갖가지 ‘잡(雜)’과 야채의 ‘채(菜)’다. 그래서 원래 잡채는 갖은 나물과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잘게 썰어 양념에 무쳐 볶은 음식이라고 나와있다. 그러니까 요즘에 먹는 잡채처럼 당면은 소거되어 있던 음식이었다. 그럼 언제부터 당면을 넣어서 볶은 이 음식을 잡채라고 했을까.라고 찾아보니 시대를 건너 올라가야 한다. 이야기를 하려니 너무 길다. 궁금한 사람도 없겠지만 궁금하면 검색해보기 바람요.
잡채를 먹다 보니 얼마 전에 본 일드 ‘나를 위한 한 끼 ~포상밥~’의 11화가 생각난다. 거기에 잡채가 나온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지방에서 도쿄로 올라와서 혼자서 우당탕탕 적응해가는 이야기를 서술한다.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 상처럼 맛있는 한 끼와 함께 그것을 잘 버무렸다.
11화에 한국 음식에 대해서 나온다. 막걸리도 팔고 부침개도 파는 일본 내 한국 주점에서 한국음식을 먹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면서 동료가 주인공을 위해 한국 음식을 잔뜩 시켜준다. 밑반찬이 우르르 나올 때 주인공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온다며 바가지를 씌우려는 것 아니냐고 한다. 그러자 동료는 다이죠부요 라면서 원래 한국 식당에서는 밑반찬을 이렇게 준다고 한다. 이 부분은 고로 상도 한국으로 몇 번 왔을 때 자주 경험한 일화들이다.
https://blog.naver.com/shyhjin/222609453716 링크 출처: 네이버 블로그- 진매료의 핫플레이스
주인공의 동료는 막걸리, 동태전, 잡채, 보쌈, 순두부찌개를 주문한다.
동료가 순두부는 알지? 이태원 때문에 유행했잖아,라고 한다.
그러면서 주인공은 맵찔인데 매운 음식에 도전을 하면서 한국의 순두부가 너무 맛있다는 것을 알고 그동안 먹어보지 못한 자신을 나무란다. 그리고 이렇게 매운 한국 음식이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처럼 자신의 일에도 도전을 하면 알게 되는 게 있다면서 공모전에 도전하는 내용이 11화이다. 포상밥 11화에서는 한국 음식과 한국 드라마를 한꺼번에 라이킷했다.
이런 모습은 와카코와 사케에서도 주인공 무라사키 와카코가 일본 내 코리아 타운의 순자네 식당에서 부침개를 먹고 맛있다고 소리를 지른다.
어째 한국과 일본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꽤나 어려울 것 같지만 문화는 사실 이렇게 늘 교류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예능에서도 비대면이지만 이미 박진영이 나와서 혹독한 일본 예능계 방송인들을 놀라게 했고, 며칠 전에는 이정재가 나와서 일본 예능계 연예인들을 또 놀라게 했다.
박진영이 출연했을 때는 일본 연예계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고 여장남자로 유명한 마츠코 디럭스와 대화를 했다. 마츠코 디럭스는 혐한 연예인으로 아주 유명했다. 한국 연예계를 깔아뭉개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해왔다. 한국의 아이돌은 일본의 모습을 베낀 것이 아닌가, 라며 한국을 쏘아 부쳤다. 그러던 그? 그녀? 가 언젠가부터 일본 아이돌은 왜 블랙핑크처럼 될 수 없는가? 라며 일본 연예계에 쓴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왜 일본 아이돌은 아저씨들 앞에서 악수회나 하며 돈을 벌고 있어야 하나, 라며 일본을 꼬집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박진영과의 비대면으로 박진영의 연예계에 대한 철학을 듣게 된다. 박진영의 이야기를 듣는 마츠코 디럭스는 그만 귀엽기까지 해 버린다. 박진영의 똑 부러지는 말도, 철저한 생활방식도 듣는 마츠코 디럭스의 눈이 하트가 된다. 또 마츠코는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일본에서는 전혀 없었던 맛으로 일본에 상륙한 교촌치킨을 맛보는 그런 프로그램인데 한 조각을 먹고 방송을 이어가야 하는데 맛있다며 그 자리에서 테이블에 올라온 조각들을 다 먹어 치우느라 방송이 매끄럽지 못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아침 방송의 파워가 대단한지, 방탄이들의 소식도 나올 때마다 대대적으로 소개를 한다. 그저 소개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탄이들에 대해서 패널들 전부 감격적인 말들을 쏟아낸다. 특히 일본은 방탄에 대해서 연일 보도를 하며 방탄의 행보에 일각을 세우며 초를 다투며 방탄의 소식을 전하는 느낌이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건 일본과 문화교류가 활발해졌다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문화 개방이 오래전에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만 라디오에서 자드의 노래를 들을 수는 없다. 한일 양국의 정치인들이나 혐한 우익 일본인들과 사이가 안 좋을 뿐이지 문화적으로는 너무나 활발하게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쿠사마 야요이의 전시는 한국에서 거의 최고이며 가장 고가에 팔리기도 했다. 일본의 가장 잘 나가는 녀석 스다 마사키도 양익준과 함께 영화도 찍었다. 이렇게 서로 어울려 같이 영화를 찍은 건 많다. 우리는 개방이라고 말은 하지만 전혀 개방이 되었다고 와닿지 않는다.
공부도 못하고 전공을 살리지도 못했지만 건축 디자인에는 관심이 아직도 많다. 좋아하는 건축가가 안도 다다오인데 일본에 가서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을 보며 돌아다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안도 다다오는 세계적인 건축가로 그의 책도 몇 권이나 가지고 있다.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다. 안도 다다오는 쌍둥이로 권투를 하다 도쿄의 좁은 땅 위에 좁은 집이지만 그 안에서는 넓게 사용할 수 있는 집을 지어야지 하며 건축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래서 안도 다다오는 정식 코스 같은 것을 밟지 않고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었다. 그런 일대기는 너무 재미있다. 또 안도 다다오의 수업을 들으러 한국인들도 많이 간다. 꼭 학생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그런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의 특징이라면 이게 분명 사람이 지은 건축물인데 그 안에 있으면 자연 속에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아늑하다는 것이다. 기이하고 또 기이한 건축가다. 그런 건축물이 제주도에 있다. 섭지코지의 글라하우스와 유민 미술관, 본태 박물관이 안도 다다오가 설계를 했다. 오래전에 한국에 대유행이었던 노출 콘크리트의 시초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디자인과 그림을 좋아한다면 제주도에 갈 때 바글바글 거리는 곳에 가서 줄 서서 문어나 사 먹지 말고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을 구경하라고 한다. 가보면 좋으니까. 그리고 예전의 지드레곤의 카페였던 몽상 드 애월에 가서 거기서 트레이시 애민의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트레이시 애민이 지디에게 선물해준 자신의 작품이 거기에 떡 허니 걸려 있다. 트레이시 애민의 작품은 실제로 잘 볼 수 없기에 가서 보는 것만으로도 땡큐다.
아무튼 이렇게 문화적으로는 열심히 교류를 하고 있다. 근데 유독 우리나라 방송가만큼은 이상하게도 고립적이라는 기분이 든다. 하루키를 초대해도 될 법하지만 이제 코로나에, 하루키도 나이가 많아서 그럴 가망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고작 노래 정도도 라디오에서 들을 수 없다. 그저 노래일 뿐인데도 ‘안 돼!’라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라디오에서 러시아 노래나 북유럽 여러 나라의 노래도 나온 적이 거의 없다. 기껏 가요와 팝송, 프랑스 노래 몇 곡이 나올 정도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나의 나라를 사랑하는 건 좋다. 하지만 국뽕에 취해서 일본 사람들은 아직도 시디를 넣는 노트북을 들고 다닌다거나 중국인들은 똥으로 뭔가를 해서 먹는다, 식의 이야기를 하는 건 정말 이상하다.
사실적 무엇인가를 말하려면 감정에 기대어 감성적으로 말하지 말고 제대로 알고 말했으면 좋겠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2392
그나저나 포상밥에서 보쌈 수육이 저렇게 나오다니. 여기 보쌈집에서 제대로 먹여주고 싶네.
그래서 오늘은 자드의 노래를 듣자. 안타까운 이즈미 사카이의 노스탤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