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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Nov 16. 2021

좀 더 자고 싶었다

오전 10분 더 자고 싶어요

나 나름대로는 XXX라고 그렸어요


더 자고 싶었다


적당한 방 안의 온도, 창문의 유리를 투과하는 옅은 빛과 이불 안의 따뜻함 때문에 일어나기 싫은 아침이었다. 잠에서 깼다가 다시 들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디제이의 멘트가 들리다가 끊어졌다가. 가장 기분 나른한 오전의 시간이었다. 눈을 뜨면 아직 시간은 10분 정도 지나가 있고, 다시 잠이 들고. 이렇게 오후까지 있고 싶었다. 하지만 방뇨의 기운과 생리현상이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분명 일어나고 나면 이 포근하고 아늑함이 와장창 깨질 것이 분명하다.


늘 이런 인생이다. 매일 언제나 그 시간쯤이면 화장실에 가야 한다. 군대 훈련소에서 고욕이었다. 그 시간에 구보를 했다. 얼굴이 물에 불린 찰흙을 유리창에 던져 흐르는 모양이 되어서 매일 아침 달렸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누워서 억지로 이 아늑함을 찾으면 찾을 수 있지만 그게 쉽지 않다. 지금 딱 이 기분은 아닌 것이다. 화장실에 가는 동안 30%가 깨지고 화장실에서 나오면 70% 이상이 깨져서 정신이 들어 버리고 만다. 그래도 아직 이불속 포근함을 기억하는 30% 때문에 다시 굴속으로 들어가서 이 고요한 시간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있다.


라디오에서 마스다 미리의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의 고양이 사랑은 ‘생각이 많을 땐 고양이’에도 잘 나와 있다. 여하튼 나직하게 라디오에서 마스다 미리 씨의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고양이의 모습도 좋고 고양이의 얼굴도 좋고. 또 마음에 드는 게 고양이의 우아한 꼬리다. 만약 저 꼬리가 사람에게 붙어 있다면.


디제이는 만약 고양이 꼬리가 있다면 우아하게 움직여 라디오를 켜고 끄고 볼륨을 높이고 싶다고 했다. 나도 예전에 이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그때는 배트맨에서 캣우먼이 나오는데, 여러 캣우먼이 있지만 미셀 파이퍼의 캣우먼이 제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는 꼬리가 없지만(아마 없었을 것이다) 꼬리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만약 사람에게 고양이 꼬리가 붙어 있다면, 날 때부터 붙어 있는 꼬리라면 적응이 되겠지만 꼬리를 달고 누우면 아주 불편하다. 아니 불편할 것 같다. 항상 옆으로 누워 자야만 한다. 보기 싫어진 남편의 얼굴을 계속 보거나 아예 등을 돌려 자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가끔 인간화된 고양이는 지 주제도 모르고 사람처럼 벌러덩 누워서 잠을 자기도 한다.


꼬리가 인간의 몸에 붙어 있으니 세포가 연결이 되어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사실 귀처럼 그저 보형물 같이 붙어만 있을 수도 있다. 인간의 몸이라는 게 움직이지 않는 근육은 퇴화가 되어 점점 사용이 불가능하며 그쪽으로 보내는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곳으로 돌리게 된다. 보통 네 발로 걷는 동물에게 꼬리가 있는데 아무래도 달리거나 날렵하게 움직일 때 중심을 잡으려고 꼬리가 붙어 있기도 하겠지만 인간에게 꼬리가 붙어 있으면 달리게 되면 더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꼬리 때문에 몸을 더 구부려야 하지 않을까. 바지나 치마에 구멍도 뚫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요즘처럼 민감한 세상에....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의 한 구역에는 집집마다 말이 있다. 그래서 그 구역의 사람들은 말을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키운다. 물론 말이 들어갈 살 정도로 모든 집들이 넓고 크다. 미국의 캔자스 시골 같은 그런 모습을 떠올리면 되겠다. 그 대신 빌라도 있고 아파트도 있고 그렇다. 아파트에도 말을 키운다. 이 구역은 몹시 아름다운 구역으로 자연이 다른 도시보다 훨씬 조성이 잘 되어 있다. 호수나 들판 같은 것들이 보기 좋다.


이 구역을 의미적으로 '말의 구역'이라고 하자. 말의 구역에 들어오면 자동차보다 말들을 타고 다니는 모습을 더 볼 수 있다. 아이도, 어른도 모두가 말을 타고 터득 터득 다닌다. 말을 쓰다듬고, 말에게 뽀뽀를 하고, 말에게 말도 거는 등 말과 인간이 거의 가족처럼 지낸다. 그런데 모두가 말을 타고 다니면서 말 뒤에 큰 삽을 한 자루씩 들고 다녔다. 이상하다? 왜 모두들 삽 한 자루씩 들고 다닐까. 그리고 그 옆에는 포대자루 같은 큰 자루도 들고 다녔다.


이 아름다운 구역의 광경을 즐기고 있을 때 한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이, 한 우아하고 아름다운 말을 타고 가면서 손인사를 했다. 나도 손인사를 하는데 말이 우아하게 멈추었다. 그러자 여성이 우아하게 내렸다. 말은 꼬리를 툴툴 한 두 번 털더니 우아하게 이히히힝하며 똥을 쌌다. 근데 그 양이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면서 강아지가 배변을 보는 양의 150배는 넘어 보였다. 어떤 말은 뭘 먹었는지 묽었다. 엄청난 양의 똥을 도로에 싸질렀다. 우아한 여성은 재빨리 삽으로 그 똥을 퍼서 포대자루에 넣었다. 삽자루에는 똥이 묻어 있었고 우아하게 똥을 치우던 여성의 몸에도 우아하게 말의 그것이 묻었다. 어쩐지 이 구역으로 들어오니 아름다운 광경에 비해 미미한 비린내가 계속 나를 괴롭히더니.


이제 일어나서 하루를 맞이해야겠다.



오늘의 선곡은 오늘의 기분에 맞게 https://youtu.be/50LOhILlLMQ


아 노래 씐나라 킨 녀석들아. 매일 아침마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매일 비슷한 배변을 보는 것도 썩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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