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은 맛있어
맛있다. 정말 맛있다. 맛있는 것을 표현하라고 늘 말하는데 그냥 맛있다. 맵삭 하니 고소하니 기름 맛이 어쩌고 하는 건 그저 화면을 채우려고 하는 ‘척’ 일뿐이다. 맛있는 건 그냥 맛있는 것이다. 김치에 고기를 올려 먹는데 그럼, 맛있지. 김치는 좀 시간이 지나야 맛있기도 하지만 바로 해서 고기와 날름 먹는 맛이 좋은 게 김장김치다. 김장김치가 맛있으려면 배추의 씨알이 굵고 뭐 그래야 한다는데 그냥 맛있다. 배를 갈아 넣었던 말이다.
요즘 말만 했다면 엄청난 욕을 먹는 황교익은 사실 오래전에도 똑같았다. 똑같이 식당에 올라오는 중국산 김치를 욕했고, 양념으로 맛을 가린 치킨을 욕했다. 스탠스가 10년 전이나 또 그 이전이나 지금이나 벌어지지도 않고 좁혀지지도 않고 똑같다. 지금은 고인이 된 임지호 요리사와 박찬일 요리사, 그리고 황교익은 ‘끼니’라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식재료 문화를 알리고 있었다. 그게 벌써 오래전일인데 지금은 황교익은 융단폭격을 맞고 있다. 그런 흐름을 보는 건 꽤나 재미있다. 정치적인 문제가 개입을 하면 구경하는 쪽은 재미있어진다. 왜냐하면 자극적이지 않은 것에는 사람들은 반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예가 최근의 티브이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보면 된다. 역대 최강의 일반인 빌런이 등장해서 sns에서는 엄청나다. 온통 시끌시끌하다. 그런데 만약, 나는 솔로에 나오는 모든 출연자가 고학력에 좋은 직장에 예쁘고 잘생기고 바른말 고운 말만 한다면 사람들은 외면한다. 시청률은 바닥을 치게 된다. 그 피디가 예전의 ‘짝’을 연출했던 감독이다. 짝에서도 자극적인 면모 때문에 출연자의 자살로 인해 문을 닫았다. 그 콘셉트를 가지고 왔다. 세포를 찌르는 자극, 이 자극이 없으면 사람들은 외면한다. 비록 욕을 하고 모두가 하나가 되어 빌런을 없애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 빌런 때문에 사람들은 욕을 하면서도 계속 본다.
이상한 구도지만 황교익이 있다면 등장하는 사람이 또 백종원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도 이제 사라진다. 백종원의 볼 카츠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사람들은 가맹점을 안 한다던 백 대표가 볼 카츠 가맹점을 열었다며-비록 그게 한돈의 요구로 인해 개점을 했다고 해도 좋게 보지 않는 사람들은 그렇게 보고 있다. 그 내면에는 가맹점주들과 백 대표의 관계 이런 것들이 있는 모양이다. 백종원은 정치적인 면에서 살짝 떨어져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좋아했다. 그러나 문어발씩 어쩌고 때문에 또 싫어하는 사람들의 미움을 받는다. 뭐 할 얘기는 많지만 이쯤에서 접고, 개인적인 뇌피셜로 말하자면 황교익과 백종원 이 두 사람은 대중을 몹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황교익은 예나 지금이나 좋은 식재료를 구입해서 제대로 집에서 식사를 하자는 게 그 사람의 요지다. 하지만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지금 일 마치고 데쳐진 시금치가 되어 집으로 와서 식재료를 일일이 다듬어서 맛있는 밥을 해 먹기가 어렵다. 그래서 백종원은 비록 건강에는 조금 안 좋을지 모르나 간단하게 조리해서 맛있고 배부르게 먹어보자. 그것이 어쩌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생활의 활력이 된다고 하는 것 같다. 이 두 사람이 전부 대중을 생각한다고 나는 본다.
그 사이에 방송이 끼어들어 자극이라는 옷을 입히고 나면 사람들이 ‘나는 솔로’처럼 달려든다. 지금 이 시대에 불구덩이에 뛰어들어 사람을 구해 나온 영웅이 탄생해도, 어느 날 누군가 저 사람? 저 사람이 바로 예전의 정진수야. 그 사람이라고! 하며 양극화로 또 나뉘게 된다. 자극이다. 자극이 끼어들면 사람들은 그 자극을 받아서 당연하지만 반응하게 된다. 자극이 없으면 평온하고 고요하지만 자극이 없는 것들은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는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당연한 것을 때때로 보지 못하고 보지 않으려 한다.
김치와 고기는 당연하게도 자극적이다. 빨간 양념에 버무린 김치와 불에 지져 분자가 변형된 고기는 자극이다. 자극이 입으로 들어가는데 맛있다. 정말 맛있다. 이 자극은 이제 바다를 건너 하얗고 검고 파란 눈의 사람들을 반응하게 한다. 기네스 펠트로(귀뉏 풸트뤄,라고 발음해야 할 것만 같다)의 김치사랑을 보라. 이 붉은 양념의 자극은 이롭고 좋은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에 인기가 많다. 무엇보다 맛있다. 이 맛있다는 의미가 던지는 것에는 모든 음식에 김치는 다 어울린다는 말이다.
그래서 일단 한국의 대부분의 식당에는 김치가 기본 반찬으로 나온다. 김치는 돈가스에도 어울린다. 생선구이에도, 갈비탕에도, 돼지국밥에는 없어서는 안 되고, 피자에도 김치는 어울리고 영국에는 김치 햄버거를 판다. 심지어 김치찌개에도 김치는 따로 나온다. 김치볶음밥을 먹을 때 김치 반찬에 김치찌개를 같이 먹는다고 해서 이상하지 않다. 김치가 다른 음식과 잘 어울리는 이유는 맛있기 때문이고 맛있는 자극 때문이다.
누군가 김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뭐야? 김치 같은 사람이라니 흥, 하며 웃겨 넘길 말이지만 생각해보면 김치 같은 사람이라면 정말 신에 가까운 사람이 아닌가. 인관관계에도 자극이 없으면 질리고 싫증을 낸다. 그래서 연애를 하면 자극 때문에 전쟁 같은 사랑을 한다. 아이가 생기면 아이의 자극으로 인해 하루가 난장판이 되기도 한다. 아이가 자극적이지 않고 고요하게 앉아만 있다면 당장 업고 병원으로 갈지도 모른다. 우리 애가 말이죠, 하면서 자극이 없어서 큰일이 났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따지고 보면 김치와 고기처럼 평소에도 우리는 자극에 매료되어 있다. 코로나 이전에 사우나에 가면 냉탕과 온탕을 오고 가며 피부에 자극을 준다. 그래야 좀 했군, 하는 생각이 든다. 요가를 하며 근육에 자극을 주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불러 일행에게 자극을 줬다. 그게 생활을 이어가게 하는 동력원이다. 앞으로 티브이에는 나는 솔로에서 처럼 엄청난 자극적인 빌런은 계속 나올 것이고, 나의 몸과 마음은 오늘 이전의 자극에 만성이 되어 있으니 더 강하고 새로운 자극을 원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김치에 고기를 먹는 지금은 이 자극에 매료되자. 맛있다. 정말 맛있다. 맛있으면 됐지.
그래서 오늘의 선곡은 자극적이게도 자극적이게 생긴 스티브 타일러의 자극적인 그룹 에이로 스미스가 부른 자극적인 노래 크레이지 https://youtu.be/bBaqSID9VP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