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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18. 2021

귀여운 여인 3

영화를 다시 소설로

 아침이 되었다. 침대에서 나오기 전 여러 번 생각했다. 빨리 가고 싶은데 빨리 가기 싫었다. 에드워드의 얼굴을 보고 싶은데 마주 볼 용기가 없었다. 이상한 기분이다. 하지만 해는 뜨고 시간은 간다. 지금까지 싫은 순간을 몇 번이나 지나왔는지 모른다. 방에서 나오니 그가 식탁에 앉아 있었다. 에드워드의 뒷모습이 멋지면서 동시에 비애도 설핏 드러났다. 모든 걸 가진 남자의 등에서 슬픔이 보였다.


 나는 금발의 가발도 벗고 빨강 머리 앤처럼 붉은 머리칼을 풀어헤쳐 화장도 하지 않은 채 에드워드에게 다가갔다. 이상하게 발길이 가볍지 않았다.


 안녕! 나 실은 빨간 머리예요. 나의 말에 에드워드는 더 좋은데,라고 말했다.


 에드워드는 나를 식탁으로 이끌었다. 그는 친절이 피부에 붙어 있다.


  에드워드는 내가 뭘 좋아할지 몰라 메뉴에 있는 걸 전부 주문했다. 오렌지 주스, 신선한 치즈, 갓 구운 빵, 따뜻한 홍차, 스크램블과 베이컨, 딸기에 둘러싸인 팬케이크는 마치 일곱 난쟁이와 백설공주 같았다. 만약, 만약 매일 이런 아침을 먹을 수 있다면 나는 지금보다 덜 불행하겠지. 나는 에드워드와 마주 앉아 밥을 먹기 힘들었다. 빵을 가지고 베란다로 나갔다.


 어디서든 잘 자요.


 에드워드가 나의 지난밤에 관해 안부를 물었다. 나는 남자에게 늘 듣고 싶은 말이 밤에 잘 때 잘 자라는 말과 아침에 눈 뜨면 잘 잤냐는 하찮은 인사였다. 그 말이 가장 나에게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을 에드워드가 하고 있다.


 에드워드는 내가 잠든 새벽에도 일을 하다 소파에서 잤다고 했다. 도대체 그는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장소만 달랐지 아무 곳에서 아무렇게나 잠이 드는 건 나와 다를 바 없었다. 어쩐지 그의 등에서 풍기는 슬픔의 종류에 대해서 알 것 같았다. 그는 기업 인수합병이라는 일을 한다고 했다. 쪼들리는 회사를 사들여 잘게 부수어 판다고 했다.


 세상에 그런 일도 있다니. 자동차로 치면 자동차 한 대를 싸게 사서 부품을 비싸게 파는 거와 비슷하다고 하니 그는 그것과는 다르다고 했다. 이번에 사들이려는 회사가 10억 달러라고 했다. 그러면 쪼개서 팔면 10억 달러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는 말이다. 맙소사.


 일하러 나가는 그의 넥타이를 매어 주는데 그의 눈과 마주쳤다. 얼른 그를 보내고 나는 우리 집 보다 큰 욕조에서 프린스의 노래를 들으며 목욕을 하고 가야겠다.


 프린스의 노래는 늘 나를 흥분시킨다. 작은 몸으로 무대를 압도하고 공연에 온 여자들을 휘어잡는다. 프린스의 밴드는 모두 여자들이다. 프린스의 신나는 노래를 목욕을 하며 들을 수 있다니, 게다가 할리우드에서 제일 좋은 호텔의 제일 비싼 펜트하우스 욕조에서.


 눈을 감고 일 년 치 거품으로 목욕을 하며 프린스의 노래를 따라 부르다 눈을 뜨니 그가 아직 일하러 가지 않고 그 마력적인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프린스 좋아해요?


 나의 물음에 에드워드는 인생보다 더 좋아한다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그 사람도 좋아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뭐라고 나는 두근거렸다. 다행히 거품이 나의 마음을 숨겨주었다. 점점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 고급스러운 곳이 좋아지려고 했다.


 에드워드는 나에게 사업상 파트너로 일요일까지 같이 지내자는 제의를 했다. 내가 부른 흥정의 가격 삼천 달러를 흔쾌히 허락했다. 오 마이 갓.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나는 죽 미끄러져 욕조 속으로 들어가 헤엄을 쳤다.



 그는 나가기 전에 나에게 돈을 주며 고리 터분한 옷을 사 입으라고 했다. 비즈니스 파트너로 갖춰 입고 저녁에 가야 할 곳이 있다고 했다.


 2천 달러라도 응했을 거예요.


 에드워드는 내 말에 4천 달러라도 줄 뻔했지, 라며 오늘 밤에 만나자고 했다.


 나는 더욱 호기롭게, 보내기 싫을 만큼 잘하겠다고 했고 그는 6일 동안 3천 달러야, 끝나면 꼭 보낼 거야.라고 밉지만 밉지 않게 말했다. 그가 문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나는 여기 있잖아요'


 흥분됐고 또 흥분했고 자꾸 흥분했다. 나는 침대로 뛰어들었다. 야호 3천 달러야!


 루카에게 전화를 해서 미주알고주알 하룻밤 새 신데렐라가 된 사연을 이야기했다. 루카는 당연히 믿지 않는 것 같지만 300달러를 카운터에 맡겨 둘 테니 집세를 내라고 했다. 시간은 꿈처럼 흘렀다.


 이 꿈이 현실이고 어제 이전의 현실이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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