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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19. 2021

귀여운 여인 4

영화를 다시 소설로

 이런 행복에 젖은 생각에 속박되어 있을 수만은 없다. 거리로 나가서 고리 터분한 옷을 구입하자.


 나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살롱을 찾았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고급이 나를 맞이했다. 일하는 직원들도 손님들 모두 고급으로 마시고 먹은 사람들 같았다. 나는 옷을 골랐지만 직원들은 나에게 옷을 보여 줄 생각조차 없었다.


 나는 이 옷의 가격을 물었는데 직원들은 귀찮다는 듯, 하찮은 것을 보는 언짢은 표정으로 나에게 맞는 옷은 없다고 했다. 가격을 물었을 뿐인데 나는 그 고급스러운 살롱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제길, 빌어먹을! 젠장할. 욕이 곧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속에서 이렇게 크고 굵은 무엇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수많은 모욕을 밥처럼 먹으며 지냈지만 이렇게 비참한 모욕은 처음이었다. 그저 가격을 물어봤을 뿐인데 꺼져달라는 식의 모욕이 할리우드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니. 오히려 욕이 난무하는 밤의 세계가 더 나았다. 이게 뭐야!



 더러운 마음에 호텔로 들어오니 호텔 매니저가 나를 붙잡았다. 나의 몰골은 이런 고급스러운 호텔에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은 나를 건들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 마음씨 좋게 생긴 매니저 아저씨는 나에게 이것저것 캐물었다.


 오늘은 전부 나를 귀찮게 하는 날이다. 함께 묵고 있는 친구의 이름을 묻기에 나는 에드워드의 성까지 말하지 못했다. 나는 단지 에드워드라는 이름만 알 뿐이었다.


 나를 벌레 취급하는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에드워드와 계약을 했기에 그럴 수도 없다. 정말 미칠 것 같았다. 때마침 엘리베이터 보이가 나왔다. 나와 에드워드와의 관계를 아는 귀여운 녀석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하지만 매니저는 나를 자신의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 나는 가면서 소리를 쳤다.


 제기랄! 도대체 왜!


 이 자는 나를 호텔에 드나드는 창녀이자 호텔 고객의 돈을 뜯는 여자로 보고 있다.


 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톰슨을 바라보았다. 그 표정에는 어이없음과 힐난조의 시선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자신과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고리 터분한 인간들에게 자조 섞인 경멸을 던지고 싶었다.


 톰슨은 호텔에 묵는 손님과 어떤 관계냐고 물었고, 몇 번의 대화가 오고 간 다음 톰슨과 나는 내가 조카인 것에 합의를 봤다. 하루 사이에 에드워드 덕분에 나는 고리 터분한 사람들과 합의를 보는 것에 능숙해졌다. 톰슨도 이 호텔에서 여러 재미없는 사람들을 상대했기에 내 앞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했다.


 나는 디너에 입을 옷이 필요해서 옷을 사러 갔을 뿐인데 그 여자 직원들이 나를 똥구멍 취급했다구요! 나는 벌레 보듯 대했어요! 나는 흥분했고 그만 창피하게 눈물이 눈에 고였다. 하지만 나의 영악함은 소용없는 일일까 톰슨은 경찰에게 전화를 했다.


 그래! 경찰에게 전화를 해 보라지!


 그런데 의상부의 브리짓을 찾은 톰슨은 브리짓에게 비비안이라는 특별 손님의 의상을 부탁한다는 통화를 했다. 톰슨이라는 이 사람, 바니(이제부터 바니라고 부르기로 했다)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이곳에는 나쁜 사람만 잔뜩 있는 곳인 줄 알았는데 괜찮은 사람도 있었다. 나는 차오르는 안도감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몸의 힘을 풀었다.


 [톰슨은 어리고 멋진 이 아가씨가 좀 더 어울리는 옷을 입기를 바랐다]


 브리짓을 찾아갔을 때 그녀 역시 멋진 여성이었고 나를 있는 그대로 대해 주었다. 로데오 거리의 그 싸가지들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브리짓이 골라준 드레스와 구두를 싸 들고 바니를 다시 찾았다.


 당신 멋진 사람이에요.라고 바니가 말했다.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드레스를 입기 전 나는 또다시 바니를 찾았다.


 바니! 바니! 저에게 문제가 생겼어요.


 나는 식탁 예절을 전혀 몰랐다. 바니에게 포크 사용법을 배웠다. 바니는 친절하게도 아직 오픈하지 않은 식당의 한 테이블에서 나에게 포크 사용법을 알려 주었다.


 바니는 최선을 다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위해 포크 사용법을 알려 주었다. 긴장은 되었지만 나는 착실히 하나하나 익혔다.


 에드워드와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으로 그에게 맞춰 갈 수 있도록 나는 집중했다. 고등학교도 못 나왔지만 나는 제법 암기력이 좋으니까 말이다.


 나는 근래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앉아서 진지하게 포크에 대해서, 진지한 사용법에 대해서 생각했다. 왜 그런지 끝까지 나의 편이 되어줄 아버지 같은 바니가 옆에서 가르쳐주니 마음이 편안했다. 익숙한 길거리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불안이 불편한 이 고급스러운 호텔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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