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다시 소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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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는 나를 한 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어떤 일에도 당황하지 않고 망설이지 않는 그가 나를 찾지 못해서 조금 당황해한다. 그가 나의 변한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니면 평소에 늘 보아오던 여자들의 모습이라 뜨듯 미지근한 반응일까.
내가 바에서 돌아앉았을 때 에드워드도 돌아섰다.
그때 그의 눈빛을 보았다. 보통 언어는 속을 감추기 위해서 개발되었는데 이 남자는 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해 버린다. 그리고 그 언어가 눈빛으로 나온다.
늦으셨군요.
에드워드는 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귀가 뜨거웠다. 몰라보겠다는 그의 말에 나는 에드워드의 팔짱을 꼈다. 에드워드는 비비안을 약속 장소로 에스코트했다. 당당하게 걷고 싶었다. 그리고 당당하게 걸었다.
그곳에는 인수할 회사의 회장 모스와 그의 손자 데이빗이 먼저 나와 있었다. 모스 씨는 정중했다. 이 회장 할아버지의 친절에는 방어막이 없었다. 오랜 시간 몸에 밴 친절이다. 훈련으로 나오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건 그의 젊은 손자인 데이빗도 그러했다. 내가 자리에 앉으니 그때서야 모두가 착석했다. 내가 화장실에 가려고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는 순간 모두가 일어났고 가지고 오던 음식도 다시 가져갔다. 맙소사.
저 화장실에 좀 다녀올게요.
에드워드는 음식을 알아서 주문해놓는다고 했다.
조선업에 대한 심각한 이야기 중이지만 식사가 나왔을 때 바니에게 배운 것과는 다른 음식이었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먹어라는 건지.
에드워드, 에드워드 샐러드는 언제 나와요?
바나에게 배운 대로 포크를 들고 먹기에는 마뜩잖았다.
그때 모스 씨가 손으로 들고 나를 보며 음식을 먹었다. 음식은 이렇게 막 먹는 거야.라고 몸짓으로 말했다. 친절한 할아버지. 나는 기업의 회장이라는 모스 씨가 편안했다. 격식에서 벗어나니 홀가분했다. 물론 달팽이 요리가 나왔을 땐 날려버렸지만 말이다.
하지만 식사 자리는 비관적인 말이 오고 갔고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처음 먹어보는 아이스크림도 다 먹지 못했다. 마치 캐비어를 스튜에 넣고 끓여 버린 맛 같은 식사 자리였다. 모스와 데이빗은 에드워드의 부당하지만 합법적인 조치에 화를 냈다. 그들은 나가면서도 나에게만은 격식적이지 않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한 인사를 건넸다. 딱한 사람들.
돌아오는 내내 말도 없이 묵묵히 앞만 보던 에드워드는 호텔로 와서 베란다에 앉았다.
고소공포증 있잖아요.
에드워드는 몸의 반만 걸쳐놓고 베란다에 앉았다. 나는 난간 위로 올라가 에드워드를 놀렸다. 자 이렇게 손을 놓으면, 자 이렇게 하다 떨어지면 당신이 와서 구해줄 거죠.
비비안은 에드워드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했지만 에드워드는 심각했다.
오케이 알았어요 알았어요. 당신은 그 할아버지를 좋아하는군요. 그러면서 상처를 주는 것에 자신이 밉고요.
에드워드는 돈 때문에 한심한 짓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건 우리 둘 다 마찬가지라고 했다. 어떤 점에서 에드워드가 거짓말을 좀 했으면 좋으련만. 그는 자신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물론 몽땅 호러블 한 이야기였다.
이런 무거운 이야기는 그만하고 들어가서 옛날 영화나 보면서 브로콜리가 되자고 했다. 하지만 고뇌에 휩싸인 에드워드는 잠시 나간다며 나갔고 나는 혼자서 식물인간 놀이를 하다 잠이 들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