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수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Feb 25. 2022

오늘 밤 달은 정말 아름답달까

뭐뭐 하달까


인스타그램, 유튜브 자막, 근래의 일본 드라마에도 자막에 ~~ 하달까, ~~ 한달까, 같은 말이 많이 보인다. ~~ 하달까, 같은 말을 분명 몇 해 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에는 어디서든지 볼 수 있다.


파란만장하달까, 이번 주는 어마어마하달까, 뿌듯하달까 같은 말이 여러 곳에 쓰이고 있고 또 대체로 다 어울린다. 약간의 의문스럽지만 긍적으로 말을 할 때 사용된다. 하지만 전혀 알 수 없는 말에도 사용된다. ‘아방 아방 하달까’ ‘슭이한달까’ 같은 말은 큭큭큭 웃음이 나오면서 무슨 말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 하달까, 이 말을 내가 처음 본 건 몇 해 전에 사진동호회 사이트에서였다. 내가 올려놓은 사진에 누군가 댓글을 달았는데 ‘달달하달까’라고 되어 있었다. 세상의 변화가 많고 그 폭이 있기 때문에 그 변화의 폭 안에서 들어보지 못했던 ~~ 하달까 같은 말을 처음 들었다고 해서 딱히 이상할 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여기저기에서 많이도 쓰이고 있어서 지금은 “오늘 몸이 상쾌한 건 운동 때문이랄까”라고 한 번 내뱉어야 할 것만 같다.

좀 벗어난 이야기지만 위 사진은(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연출한 사진이다. 그때 한창 사랑, 반가움, 그리움을 주제로 사진을 담고 있을 때라서 그에 맞는 사진을 찍고 다녔다. 둘 다 여자이고 한 명에게 남자 청바지를 입히고 남자 운동화를 신겨서 막 사귀는 연인처럼 확 덮쳐야 해! 해서 찍게 되었다. 좀 더 자연스러운 사진이 있는데 이 사진으로 올린 것은 만난 지 얼마 안 된 남녀가 여자의 적극적인 구애로 인해 다리가 나무처럼 뻣뻣해진 것이 포인트였다. 하지만 그때는 모든 사람들이 다 속았다. 그래도 재밌었달까.


사실 나는 어디에도 어울리는 ~~ 하달까 라는 말을 지금 이 피드를 빼고는 써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도 딱히 글에서 사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유라면 익숙하지 않아서이고 익숙해지지도 않을 것 같고, 익숙해지기도 싫다. 이런 고집은 왜 나오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한달까.


이것이 유행이라면 이 유행에는 흥 하고 만다. 딱히 유행을 싫어하지는 않는데 휩쓸리기 싫은 유행도 있다. 영화도 사람들이 너무 한 목소리로 말하면 보기 싫어진다. 근래에 본 킹메이커는 사람들이 재미있다고들 해도 크게 거부감이 없다. 하지만 예전에 DC의 수어사이드가 나올 때는 이상하게 보기 싫었다. 너도 나도 마고 로비의 할리 퀸 이야기뿐이었다. 영화를 보기 전 예고편만 봐도 한참 못 미친다는 걸 알 수 있는데 방구석 1열에 패널로 나온 감독(영화 괴물에서 박해일의 선배 뚱게바라로 나오는)마저 그놈의 할리 퀸 퀸 퀸 퀸 최고! 하니까 더 보기 싫은 것이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가 듣기 싫을 때도 있다. 나의 의도와는 무관하다. 그 목소리가 꼭 못으로 유리병을 긁을 때 나는 소름 돋는 소리처럼 들린다. 그래서 몸이 거부를 한다. 라디오에 그 가수의 노래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채널을 돌리거나 소리를 제거한다. 문제는 너무 인기가 좋아서 라디오에는 아주 많이 노래가 나오며 광고에도 나온다. 맙소사랄까.


하지만 듣기 좋은 목소리를 가진 가수도 많다. 외국에는 조니 미첼의 목소리가 정말 좋다. 가수 비의 음색도 좋아하고, 이소라의 소리도 좋아한달까.


~하달까, 이 말도 유행처럼 느껴져서 잘 사용하지 않게 된다. 하달까, 라는 말을 글로 읽어도 뭔가 웃긴데 초등학생의 입에서 말로 하는 걸 들으니까 하하 웃음이 나왔다. ~~ 하달까, 도 토착화가 될까. ‘너무’도 원래는 부정 의미의 부사였다. 너무 크고, 너무 밝고, 너무 깊고, 너무 춥다에 쓰였는데 ‘너무 좋다’가 모든 사람들에 의해 쓰이다 보니 부정적인 의미의 ‘너무’가 긍정적 ‘좋다’와도 나란히 할 수 있게 토착화가 되었다. 그리하여 몇 해 전에 ‘너무 좋다’가 되었다. 그래서 다 합쳐보면 ‘아 너무 좋달까.’


이런 말줄임은 어디까지는 암묵적으로 허용이 되고 어디부터는 안 되는 것일까. 스카, 생파, 아카, 버정 정도는 괜찮은데, 핑크 플로이드를 핑플이라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 좀 그렇달까.


한 폭의 그림이랄까
노을과 하늘의 보색이 아름답달까
해넘이 직전이 멋지달까
인공광원이 별빛 같달까



핑플의 폴즈아파트를 들어볼달까??듣달까??

https://youtu.be/5ciWB7VykII

매거진의 이전글 핑크 플로이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