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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아름다와서 슬픈 계절

바람을 타고 날아가 시가 되어소서

by 교관


봄날은 아름다와서 슬픈 계절


이른 오전 벚꽃을 보며 봄눈이 떨어진 곳을 달리고

해가 붉은 깃의 꽁지를 달고 하루를 달에게 반납하고 나면

팡이 팡이 열린 봄송이를 지나쳐 달린다

지금은 그런 계절이다

눈앞에도

화면 속에도 너무 아름다와서 슬픈 계절인 것이다

밤바다는 아직 춥고 몸을 오므리고 일생소애를 들으며 저 바다 위에 수줍게 내려앉은 달무리를 멍하게 바라보기 좋은 계절이다

달무리는 이맘때부터 초여름까지 밤바다에 얼굴을 나타낸다

태양이 바다에 미광을 비추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희미한 달빛이 샘물 위에 떠있으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라는 괴테의 시가 어울리는 시간에 젖어든다

달의 결정체가 바다에 떨어져 산산이 부서지는 조각이 되는 모습은 초현실적이며 냉소적이다

이렇게 봄날은 무심히도 간다

손톱이 길다면 손을 내밀어 무심히 지나가는 봄날에 상처를 내고 싶다

개망초가 참 예쁜데 봄날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많아서 개망초는 소외받는다

개망초는 꽃집에서 파는 꽃보다 더 정교하고 아름답다

그렇지만 너무 흔하고 하찮아서 사람들에게 외면받는다

하찮은 것들이 소중히 여겨지는 날이 언젠가 올 테다

그래서 봄은 참 아름다와서 슬픈 계절이다




일생소애 https://youtu.be/85u7-3r_r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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