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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10. 2022

사라지는 세계 3

소설


3.


 타인의 얼굴을 바라보듯 마동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더 이상 사라 발렌샤 얀시엔도 보이지 않았고 소피의 모습도, 분홍 간호사의 얼굴도 나타나지 않았다. 어떠한 냉기도 느껴지지 않았으며 조금의 누린내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마동으로서는 모든 것이 불확실했다. 거울 속에 비치는 모습이 자신의 얼굴인지, 감기로 인해 변해버린 또 다른 자신의 얼굴인지, 마동 자신도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거울 속에 있는 상이 ‘나’라고 하는 것을 인식하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는 것을 보니 분명 거울 저 편의 나는 변이 한 나 자신일지도 몰랐다. 마동은 그렇게 생각했다. 대를 이어 내 몸에 내려온 유전자의 원형질이 억압이라는 것에서 벗어났다고 말하고 싶었다. 일어날 수 없는 현상에 대해서는 이해하려 들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지금 다가오는 무서움의 결정체는 사람들의 의지로 제어가 불가능한 것이다. 오로지 마동 자신만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 순간 F6F헬켓 한대의 무게에 달하는 책임감이 마동의 어깨를 짓눌렀다. 거울 속의 마동은 희미해져서 인지 마동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거울 속에서는 비현실적으로 또렷하고 강하게 보였다.


 거울 속의 사물은 회사의 사무실에 있는 사물과는 달랐다. 오너의 사무실에서 물품들이 가득 안고 있었던 관념들은 거울 속에 비치는 욕실의 모습에는 배제되어 있었다. 권태라든가 단순함 등이 싹 빠져버린 모습만 가득했다. 완벽한 모습이었다. 단지 거울에 자신의 모습만 조금 투명하게 비치고 있었다. 하수구로 빨려 들어가는 비누거품을 보고 있으니 마음의 공백이 다시 찾아왔다. 찾아온 공백의 덩어리에 상실감이 틀에 맞는 조립품처럼 들어와서 그 공백을 매웠다. 물줄기가 또르르 떨어지는 곳에는 큰 공백과 상실감이 나란히 서서 마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동은 그들과 타협점을 찾기 싫었지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공백은 마동의 마음에 큰 구멍을 만들었다. 백화점에서 엄마의 손을 놓친 아이가 허무의 공백에 하염없이 울음을 터뜨리는 것과 같은 상실감이었다. 마동은 울고 싶었다. 그렇지만 아이처럼 울 수는 없었다. 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눈물을 흘린다면 그대로 일어나서 는개를 찾아갈 것 같았다. 이제 더 이상 울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몸속의 수분이 다 빠져나가 바짝 마를 수 있도록 눈물을 짜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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