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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17. 2022

그리즐리 씨, 고마워요 8

소설


8.


  그리즐리는 한 손으로 자신의 턱을 비비더니. “네, 그렇습니다. 뭐랄까 자연재해나 지구가 망해가는 것을 함고동 씨가 조금은 미뤄두는 것에 일조를 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인간은 자연을 조금씩 파괴만 할 뿐입니다. 하늘을 자꾸 가리고 땅 밑을 끊임없이 파헤칠 것입니다.


 인간 위에 인간이 누워 자고 그 위에 또 인간이 누워 잠듭니다. 이러한 반복을 순차적으로 매일매일 하다 보면 언젠가는 위험한 상황이 도래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만 반대편에서 소수지만 그런 현상의 위험성을 알리고 투쟁을 하며 환경이니, 자연이니, 출산에 대하여 소리를 높이는 부분이 있기는 하겠지만 개발이라는 명목을 이길 수는 없는 것입니다.”


  “어째서죠?”


  “돈이죠. 자본 때문입니다. 돈을 많이 벌어들인다면 인간은 어떠한 행위도 스스럼없이 합니다. 지금 괄태충이 가지고 있는 돌이 지구상에서 딱 하나밖에 없는 돌이라는 것을 인간이 알게 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것을 가지려고 할 겁니다. 돌은 자기의 자리가 있습니다.


 자리를 이탈하게 되면 돌이 이탈한 자리부터 망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인간은 그런 것 따위는 알지 못합니다. 그저 돈이 된다고 생각하면 가지려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합니다. 그 과정에서 동물이 죽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같은 사람이 몇 명쯤 죽는 것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그리즐리는 곰의 탈을 뒤집어쓴 환경학자일까.


  “하지만……. 내일 거래처에……. 저에겐 아주 중요한 일이기도 하고……. 또……. 그…….”


  “그 일은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제가 함고동 씨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 놓겠습니다. 저를 믿어보세요. 전 인간을 믿지 못하지만 당신은 믿어도 좋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틈이 있었다. 그는 생각에 생각을 덧입혔다. 지금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질한 인생에 대해서 생각했고 회사에서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했고 그런 자신에 대해서 비관하는 모습에 대해서 생각했다. 미국의 한 작가가 말했다.


 지금 만나는 사람이 늘 비슷하고 항상 읽고 있는 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5년 후의 모습도 지금과 다를 바 없다고 말이다. 사실 그렇다. 5년 전과 비교해서 지금이 나은 삶인가 한다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전혀 발전이 없었다. 돌을 던지면 바닥에 닿지도 않을 정도의 깜깜한 우물의 밑바닥 같은 것이 그의 인생이었다.


  그래 좋아! 말하는 곰이야! 어때! 믿을 만 해! 그리즐리를 믿어도 좋다고 그는 결심했다. 그는 거대한 괄태충에 대해서 생각을 했지만 거대한 괄태충이 머릿속에서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 괄태충이라는 건?”


  “그놈은 아주 큽니다. 저보다도 덩치가 클 겁니다. 아마 내 몸집의 세 배나 네 배 정도로 클 겁니다. 온몸이 미끄덩거리는 점액질로 뒤덮여 있습니다. 그놈의 입에서 나오는 점액이 살갗에 닿으면 상처가 깊어질지도 모를 정도로 무섭습니다. 저야 털이 거칠고 두꺼워서 함고동 씨보다는 좀 덜할지도 모르지만.”그리즐리의 말에 그는 상당히 긴장을 했다. 몸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점액이 뭔지, 그 점액에 닿으면 상처가 난다니.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리즐리는 웃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당신은 일선에서 싸우지 않아도 됩니다.”


 그는 그리즐리보다 더욱 거대한 몸뚱이를 가지고 있다는 말에 놀랐지만 여전히 그 생김새나 크기가 확 와닿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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