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
이건 갈증의 문제다. 갈증이 심하다는 건 이미 몸속에서 탈수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지금의 이 갈증은 그런 종류의 갈증이 아니다. 단순히 목이 마르다는 느낌을 넘어, 온몸이, 온몸의 세포들이 파르르 갈증을 느끼고 있다.
세포 하나하나가 으르렁 거리며 갈증을 채워주기를 바라고 있다. 마치 머릿속 뇌와 다르게 신체의 기관과 세포가 제각각 살아서 뇌의 명령이 닿기 전에 갈증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 뇌의 영역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방어를 하고 뇌가 손댈 수 있는 부분을 넘어선 것이다.
뇌에 과부하가 걸린 것은, 뇌는 귀를 통해서가 아닌 바로 어떤 특정한 소리를 자꾸 듣게 되기 때문이다. 두근거리는 소리, 좀 더 크게 두근거리는 소리, 마치 쿵쾅쿵쾅에 가까운 소리를 듣게 된다. 갈증의 문제인 것이다.
낮에는 낮고 옅고 적게 들리지만 밤이 되면 아주 크게 들린다. 그 소리가 나를 전혀 잠의 세계로 인도하지 못한다.
사랑이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한 감정이라지만 사랑을 하기 위해 수많은 그 외의 것들이 침투한다. 복수, 환멸, 집착, 멸시를 동반한다. 사랑 그 순수함에 접근하려면 인간은 동물과 같아져야 한다. 동물은 사랑이라는 감정 대신 본능을 무기로 움직이지만 인간처럼 이리저리 재고 따지지 않는다. 자식을 보호하기 위한 본능은 사랑이라 불리는 인간의 그것을 뛰어넘는다.
사랑은 기묘해서 사랑하게 된 그 계기가 나중에 사랑이 깨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인간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소리를 사랑이 깨지는 소리라고 하지만 실은 그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 역시 인간이며 일부러 그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인간도 많다. 사랑은 지독하다. 사랑에 빠지면 앞뒤 분간도 못하며 그저 세상에서 자기중심적이 된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죽이기도 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 사람을 매일 같이 지켜보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이를 관심이라고 하지만 삐뚤어진 사랑의 표현일 뿐이다. 사랑은 왜, 어째서 그토록 지독할까. 지독한 사랑 때문에 그 사랑을 행동에 옮기는 사람이 많은데 이 갈증은 그것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