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증 4

소설

by 교관


4.


갈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목마름을 넘어 어떤 무엇을 갈구했다. 온몸에서 세포가 타버리듯 갈증이 났다. 세포가 타버린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것도 갈증 때문에 그렇다면. 그렇게 되면 새로운 세포가 탄생하는 것일까.


갈증으로 인해 쓸모없는 세포, 병든 세포. 노화하려는 세포가 전부 괴멸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세포가 태어난다면 이 갈증이 고통스럽더라도 참을 수 있다. 참는 건 내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이다. 나는 늘 참아왔다. 에어컨이 고장이 나서 사람들이 더위에 헐떡거릴 때에도 나는 그 폭염을 참았다.


더위 때문에 사람들은 전부 투덜거리고 화가 났고 땀을 흘리며 연신 선풍기를 자신 앞에 두려고 했고 부채질을 했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 맹폭적으로 더위에 허덕였고 지쳐갔고 참지 못했다. 그러나 땀이 날 뿐이지 더위는 충분히 참아낼 수 있었다, 일부러 사우나 실에 갇히기도 하는 판에 폭염 정도는 간단한 문제였다.


나는 허기도 잘 참았다. 멸시와 폭언도 참아야 했고 잘 참아냈다. 그러나 참을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참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던 적이 여러 번이었다. 나를 참게 하는 건 내가 가지고 태어난 유전자, 즉 세포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지 못할 상황, 참으면 안 되는 분노에도 세포는 마치 나를 억지로 참게 만들었다. 그게 더 나를 화나게 했다.


이 터질듯한 고통이 갈증으로 인한 것이라면, 그래서 모든 세포가 다 타버릴 거라면, 나는 새로운 세포를 맞이하는 거라면, 그렇게 된다면.




이 끓어오르는 갈증은 악일까.


이 갈증을 없앤다면 악이 없어지는 것일까. 악이란 인간이 존재하는 모든 곳, 모든 시대에 살아 있었고 지금도 살아있고 앞으로도 살아 있을 것이다. 악은 인간이라면 모든 인간 속에서 살아있다. 단지 꿈틀거릴 뿐 활동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다가 인간이 어두워질 때, 인간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때 그 악은 꿈틀거리는 것을 멈추고 활동을 한다.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악은 갈증처럼 대놓고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다. 악은 인간을 서서히, 조금씩 갉아먹으며 구렁텅이로 내 몬다.


미안하다거나, 아 잘못되었군, 같은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악은 선이 저지른 잘못을 수습하기 위해 드러낸다. 과연 갈증을 악이라 할 수 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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