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3.
어느 날은 아파트 거실의 벽면에 접시들을 던져서 깼다. 와장창 하며 깨지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쿵쾅쿵쾅 하는 소리를 방어할 수 있어서 좋았다. 몇 장 없는 접시와 그릇들을 벽에 던졌다. 와장창이라는 소리는 단지 글자로 옮기기에 어울리는 소리고 창 하거나, 챙 하는 소리에 가깝게 들렸다.
하지만 30분 이상 할 수는 없었다. 더 이상 던질 접시가 없었고 옆 집, 밑 집, 윗 집에서 항의가 들어왔다. 그들이 숨을 할딱거리는 소리가 전화 상으로 말하는 소리 이상으로 들렸다. 평소에 조용하던 집에서 식기를 집어던져 부수는 소리에 화가 난 것이다.
인간은 때때로 화를 낸다. 인간이 화를 내면 신체의 여러 구간에서 변화가 온다. 세 집의 남자들 모두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땀샘에서 땀이 솟았다. 옆 집 남자는 혈관을 타고 피가 빠르게 돌아다니며 눈이 충혈되기도 했다. 그저 전화기로 듣는 소리만으로 그 모습이 보였다.
나는 마지막 옆 집 남자에게 눈이 충혈된 것 같으니 더 이상 열을 올리면 미세혈관이 터질지 모른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병원에 가야 하고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된다. 하지만 남자는 내 말에도 열을 내며 관리실이니 경찰이니 같은 말들을 쏟아냈다. 남자는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인체의 어떤 부위에 손상이 오면 빨리 치료를 해야 한다. 남자는 전화기에 대고 열을 올린 다음날 눈의 혈관이 터졌지만 방치하다가 그만 실명에 가까이 가게 되었다. 인간은 그만큼 어리석다. 옆 집 남자는 가장 똑똑하다는 직업군의 변호사이다.
갈증은 사랑에 대해서 다시 생각게 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희생을 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사랑을 위해 죽음을 택하는 사람의 영화를 우리는 본다. 사랑이라는 이흠 하에 요구하는 것들이 많아지는 사람도 있다. 사랑했다는 이유로 버림받은 것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사랑했던 사람을 찾아가서 지켜보고, 연락을 하고 만나 달라고 하고 그러다가 포기할 수 없어서 칼부림을 하기도 한다. 사랑했던 그 이유가 사랑하지 않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인간은 왜 이토록 소모적이고 불행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랑을 하려고 할까. 사랑이라는 것이 영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정말 인간의 모든 감정을 초월하는 것일까.
그녀는 나에게 사랑 때문에 무엇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나 역시 그랬다. 그 점이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그녀는 내 옆에 있어 주었고 나는 그것으로 족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갈증이 없었다.
그녀는 나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었고 나는 그녀의 욕망을 만족시켜 주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정직했다. 어째서 나와 있는데 생각은 다른데 가 있어요? 같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