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3.
낮 동안 비가 내렸다.
비는 모든 세상을 적신다. 갈증 때문에 눈이 아팠던 날들이 많았다. 이물감이 들더니 모든 인공광원의 주위에 헤일로가 보였다. 빛 번짐이 심해지더니 이물감이 장시간 지속되었다.
이물감은 잔잔한 먼지 덩어리가 들어있는 느낌에서 벗어나 꾸물꾸물 지렁이가 막 기어 다니는 것 같았다. 지렁이는 몸을 꾸물거려 밑으로 내려가더니 얼굴로, 목으로 기어 다녔다.
눈을 뜰 수 없는 날도 있었다. 눈앞이 부옇게 보였다. 안구건조증이 심해졌을 때와 비슷하게 세상이 보였다. 눈두덩이 가려웠지만 긁을 수 없었다. 만약 긁게 되면 눈동자를 긁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녀가 들어와 나의 상태를 살폈다. 그녀가 나의 갈증을 또 해소시켜주었다. 서서히 이물감이 물러가더니 눈이 괜찮아졌다.
그녀와 나는 비가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위해 오늘 일하러 가지 않았다. 그녀도 서서히 일을 하는 것과 생활이 연결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 것이다.
갈증은 우리는 그런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그녀를 안고 있으면 갈증이 해갈되었다.
그녀는 나의 갈증을 줄여 주었다. 소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갈증이 생기고 나서 소리가 크게 들린다. 소리만 크게 들리는 것이다. 오직 소리만.
무슨 말인지 설명을 하자면 애매한데, 소음은 들리지 않는다. 잡음 같은 소리는 귀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빗소리는 크게 들린다. 비가 어딘가에 떨어져 내는 마찰음이 또렷하고 명확하게 들린다.
평균 이상으로 크게 들리고 소리만으로도 빗방울이 떨어져 부딪히는 장면이 허공에 보였다. 이 소리는 화단에 떨어지는 소리, 이 소리는 자동차 본넷에 떨어지는 소리, 이 소리는 등등.
그 외의 잡음은 크게 들리지 않았다. 비가 내리는 소리에 섞인 엔진 소리, 배관 속의 물이 흐르는 소리, 엘리베이터가 오르고 내려가는 소리들은 평소처럼 들렸다.
그녀는 안고 있는 지금은 그녀의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도 크게.
쿵 쾅 쿵 쾅.
소리가 들리면 그녀의 심장의 모습이 보인다. 작고 예쁘고 빠알간 심장이 반복적으로 쉬지 않고 끊임없이 뛰고 있다. 매혹적이다.
죽기 직전까지 심장은 멈추지 않고 뛴다. 신비한 생명이 거기에 있다는 걸 확인시키기 위해 팔딱팔딱 뛰고 있다.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몸을 만졌다. 그녀의 따스함이 느껴졌다. 그건 멋있는 일이었다.
그녀의 심장이 큰 소리를 내며 멋지게 뛰고 있다는 사실을 상당히 긴 시간 동안 그런 감촉을 나는 상실했었다. 아름다운 소리는 나를 매료시켰다.
나는 그 소리에 한참이나 심취했다. 그녀에게도 이런 멋진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러려면 갈증을 느껴야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