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8.
인간성이란 언어에서 나온다.
언어가 없어진다면 이 같은 인간성 역시 사라진다. 생각은 언어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의 생각에는 한계가 있다. 생각이 먼저고 언어가 뒤에 따라오는 부수적인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은 인간은 언어가 생각 자체를 제한한다.
조지 오웰의 1984에도 잘 나와있지만 ‘자유라는 단어를 없애면 사람들은 자유를 갈망하지 않게 되고, 사상 범죄라는 단어를 없애면 사상 범죄자가 없어질 것이다’라고 했다.
어느 특정된 단어가 없으면 단어에 관련된 생각 자체를 인간은 하지 못한다. 바로 언어가 생각을 제한하는 것이다.
언어가 생각을 조장한다.
언어가 생각 자체를 제한하고 더 나아가 언어가 바로 생각을 조종한다. 내가 어떤 생각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나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어떤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생각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바로 언어다. 이 이론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있었다.
프로이트에 의해서 이루어진 연구였다. 관찰에 가까운 연구였다. 프로이트의 이 관찰적 연구는 라캉에 이르러 정리가 되었는데 그게 바로 강박에 관한 것이었다.
프로이트에게는 강박증을 앓고 있는 남자 환자가 있었다. 남자는 자신의 여자 친구와 어느 날 소풍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휴양지에 여자 친구의 남자 사촌이 따라왔다.
남자는 짜증이 났다.
여자 친구와 즐겁게 놀려고 왔는데 여자 친구의 남자 사촌이 따라와서 방해를 하는 것에 화가 났던 것이다. 순간 남자는 저 남자 사촌을 죽이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다.
남자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자 남자는 느닷없이 다이어를 해야겠다며 미친듯한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말 그대로 갑자기, 한 순간에 다이어트를 하기 시작했다.
분석한 것을 보자면, 남자 사촌의 이름은 리처드였다. 영국 사람 리처드를 영국에서는 애칭으로 딕이라 부른다. 딕은 독일어로 통통하다, 비만, 살, 지방이란 뜻이 있다.
남자가 리처드를 죽이고 싶다는 충동을 받았는데 리처드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리처드를 없애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었고 리처드는 지방(살)이라는 뜻이 있으니까 지방을 없애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면서 느닷없이 남자가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의 생각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내 밑바닥에 깔려 있는 무의식이고 무의식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언어라는 것이다.
라캉은 언어를 ‘기표’와 ‘기의’로 나눴다. 기표는 문자 그 자체이다. 기의는 기표가 가지고 있는 의미인데 의미는 중요하지 않고 기표가 그 사람의 무의식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기표는 리처드, 리처드라는 기표가 비만이라는 의미와 연결이 되면서 갑자기 자기도 모르게, 자기 생각이 아니라 다이어트를 하게 된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