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를린의 손길 6

소설

by 교관


6.


모임 하루 전에 모임에 관한 메시지가 오니 다음 날 약속이 있으면 당연히 못 나오지만 회원들은 모임 이외에 약속을 잘하지 않았고 모임에 어떻게든 참석하려고 했다. 쌍둥이는 나와 함께 모임에 빠지는 일이 한 번도 없었다.


은행원인 최지은 씨는 모임에 나오지 못했던 경우가 있었다. 최지은 씨는 은행일이 끝나면 남아서 일처리를 해야 하는 일이 왕왕 있었고 그 일은 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그날이 모임 하는 날과 겹치기도 했다.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 쌍둥이와 나는 회장과 더 많은 이야기, 더 많은 성경과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최지은 씨보다 우리가 영어를 더 잘하게 되었다거나 더 잘한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모임에 빠졌다고 해서 다음 모임에서 진도를 따라오지 못하는가 한다면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메를린은 완급조절을 아주 잘했다.


회원의 수가 적으니까 그 조절이 가능했다. 메를린에게 한 번 물어본 적이 있었다. 왜 이런 모임을 보상 없이 하느냐고. 메를린은 기업체를 돌며 영어 강의를 통해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주최하는 이런 모임에서는 돈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무엇보다 모임을 통해 인간관계에 더 집중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말을 하는 메를린에게 회원들이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쌍둥이와 최지은 씨는 메를린의 말에 기분이 좋았다. 위로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영어도 더 열심히 따라갔고 관계에 대해서도 서로 간에 거리감이 없이 대했다. 그래서 모임에 나오면 모두가 형제자매처럼 지낼 수 있었다.


모임은 소규모지만 활기찼다. 쌍둥이는 유학을 한 덕분인지 발음이나 해석 능력도 월등했다. 본토인들만큼은 아니지만 영어로 된 성경책을 읽는 것도 해석도 회장을 따라갈 만큼 해냈다. 거기에, 위에서도 말했지만 다운타운에는 카페가 많아서 여러 곳의 카페를 돌며 모임을 하는 그 재미도 한몫했다.


카페가 이렇게나 많은지 매일 다니는 길목이지만 신기하기만 했다. 지나치며 보던 카페에 이런 자리가 있었다니, 또 이런 분위기였다니, 우리는 점점 모임이 재미있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최초의 회식을 했다.


보통은 10시에 모임이 마치면 집으로 흩어져 갔지만 그날은 치킨 집으로 향했다. 양념치킨과 후라이드, 골고루 주문한 뒤 생맥주와 함께 즐겁게 먹고 마셨다. 그때만큼은 일상에 밀착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최지은 씨는 은행에서 일하면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했고, 쌍둥이는 어떻게 지내는지, 집에서는 뭘 하면서 둘이 보내는지, 외국에서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회장도 거기에 보태서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살짝 풀었다. 나는 주로 듣는 편이었고 나에게 뭔가를 물어보면 대답을 할 뿐이었다. 나는 나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별로 없었다.


[계속]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메를린의 손길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