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7.
심지어 담요까지 깔려있었다.
"내가 간간히 트렁크에서 잠을 잔다네. 아주 편하지. 정말 편해. 자네도 푹 잠들 수 있을 걸세"
당근은 막상 트렁크 안에 들어가려고 하니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그럴 때마다 무는 손목시계에 시선을 박고는 아이구 이런. 하는 소리를 냈다.
트렁크 안에 들어가서 누웠고, 문이 닫히니 세상이 컴컴했다.
무가 어디론가 가는 소리가 들렸고, 당근은 손을 올려 슬며시 트렁크를 열려고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그래, 6시간 푹 자고 일어나는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낯선 곳에서 잠을 깊게 잘 수 있는 당근이 몇이나 되겠는가.
당근은 잠이 오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 잠이 들었나? 치면 눈을 떴다. 그렇지만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당근은 자신의 손으로 코털을 만져보았다.
느낌으로 어쩐지 조금 더 길어진 느낌이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당근은 다시 잠이 들려고 노력을 했다.
숫자를 세어 보기도 했고, 허밍으로 노래를 불러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잠이 들지는 않았다.
당근은 자신의 여자 친구를 생각했다.
잘빠진 삼각형의 몸매에 당근의 페니스를 좋아했던 여자 친구는 지금 뭐 하고 있을까.
내가 이토록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까.
시간이 앞으로 갈수록 당근의 뇌는 더욱 깨끗하게 깨있었다.
잠이 들기는커녕 잠이 더 멀리 달아나는 듯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당근은 코가 간지러웠다.
코를 씰룩씰룩거려 보니 코털이 좀 더 자라나 있었다.
그것은 그간 경험으로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손을 대에 보니 코털이 길어져 턱까지 나와 있었다.
당근은 놀랐다.
이렇게 길어진 적은 없었는데. 하며 몸을 조금 일으켜 트렁크를 열려고 했다.
하지만 트렁크는 모아이의 석상 같은 힘으로 닫혀있어서 열리지 않았다.
손으로 두드려보았지만 아무도 듣는 이가 없었다.
코털이 점점 자라났다.
빠르게 코털이 자라났다.
자신의 몸을 점점 감아올리는 코털이 느껴졌다.
길 도고 빳빳한 코털이 자라나서 자신의 몸을 조아왔다.
무슨 일일까.
당근은 겁이 났다.
도라지를 먹는 게 아니었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