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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01.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8

1장 당일


18.


 우리들, 인간은 편리해진 시대에 어쩌다가 태어나 발을 들이고 살아가고는 있지만 그것이 편리함인지 인지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편리함이 장마처럼 대량으로 주어진 환경 속에 쏟아져 사람들은 그것이 전달하는 의미를 건지지 못하고 있었다. 편협하고 경멸적인 어조와 이기심으로 뭉쳐진 개인이 부딪히며 살아가고 있다. 복잡해진 삶 속에서 단순함을 찾으려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굉장하다고 불릴 만큼 복잡해진 시스템 속에서 반복을 강요받고 그렇게 적응해가다가 문득 반복의 패턴에서 벗어나면 난처해하고 일을 크게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서 조화와 균형이 깨져버린다. 그 순간 상상력도 같이 깨져버리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상상력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다.     


 바이러스 끝없이 맞서는 백신

 온 세상 지천에 널린 어덜트 갤러리

 감춘 칼날이 어린 우리 아이 머릿속을 훌린

 아동학대 자학변태 소녀들을 노리는 추태

 천태만상의 실태 애석하지만 너     


 안터넷 전쟁처럼 세상은 혼잡하고 불투명했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우왕좌왕했다. 뉴스전문 채널에서는 연일 성추행 범죄에 대한 뉴스와 성희롱에 관한 기사가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다. 종교집단의 우두머리는 어린 여학생을 성추행하고 그것이 신의 뜻이라 했고, 여고생을 가리키던 선생님은 사랑한다는 이유로 성추행을 범했다. 사람들은 모두 한 마디씩 했다. 마음속에 어떤 마음이 있는지조차 자신도 모르는 채 입 밖으로는 비슷한 말을 쏟아냈다.


 성범죄와 이혼율은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중국과 일본에게 최고의 자리를 내줬지만 어느 순간 휙 하며 순서가 바뀌어 버렸다. 성범죄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썼다고 말할 수도 없게 되었다. 거짓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범죄자들은 성적인 욕망을 채우고, 채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자신의 결핍을 보상받으려는 심리 때문인지 범죄를 저지르는 동안 구타를 일삼고, 저항하는 여자들을 기이한 모습으로 처참히 죽이기까지 했다. 죽어버린 여자의 성기에서 죽은 쥐가 나오기도 했다. 죄책감도 갖지 않았다. 인간은 하느님이 아니고 천사도 아니다. 어떤 누구도 동등한 위치에 있는 인간을 같은 인간이 무참히 죽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꽤 여러 가지 부류로 나뉘며 거기서 또 여러 갈래의 인간으로 나뉜다. 변두리에 속한 인간들 중에 몇몇은 내면의 자아가 이성을 짓누르고 밟고 올라타서 껍질에 불과한 육체에게 성적인 욕망의 모호한 대상을 찾아서 욕구를 풀어버리라고 강요한다. 성범죄자들 중 많은 수가 제대로 교육을 받고, 올바르게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올곧게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다.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한 여자의 남편인 것이다.


 마동은 살고 있는 독신자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를 늦은 시간에 탈 경우,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젊은 여성과 동승하는 일이 벌어지려고 하면 그냥 계단을 걸어 올라가 버렸다. 이미 사회가 그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저렇게 한 여름에 긴 팔과 긴치마를 입고 무방비로 걸어가는 여자는 성범죄에 노출이 되어 있다고 불 수 있다.


 땀을 쏟아내며 달린다는 것은 이런저런 해학에 관한 것들을 상상할 수 있고 마동이 보낸 하루 동안의 오만함에 대해서도 반성이 가능했고, 노래를 듣고 그 가사에 맞게 서사를 늘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 마동은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하는 일의 작업에 관한 부분에 기여하는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인터넷 전쟁이 끝나고 노래는 조지 마이클의 목소리를 내보냈다. 조지 마이클이 이반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의 목소리는 더 멋지게 들렸다. 두서없는 음악이 끝없이 이어폰을 통해서 흘러나왔다. 노래를 들으며 가사에 집중을 하다 보니 어느새 대나무공원까지 달려와 버렸다. 보통은 이곳에서 몸을 풀고 다시 달려 나갔다. 대나무공원에 도착했을 때, 긴치마를 입고 느릿느릿 걸어오던 여자가 다시 저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순간 뇌 속의 공기가 전부 빠져나가버리는 느낌이 들어 어지러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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