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Feb 29.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7

1장 당일


17.

 그런데, 오늘만큼은 작은 돌멩이나 덩치가 큰 먼지 덩어리가 조깅 슈즈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미세한 돌멩이도 왜 그런지는 모르나 사람들이 많은 날에는 유독 두세 번씩 신발 안으로 들어왔다. 돌멩이들은 인적이 드물 땐 신발 안으로 기어들어오기를 회피하는 것 같았다.


 어째서 그렇게 느껴질까. 확실히 움직일 수 없는 작은 돌멩이나 알갱이들이 사람들의 움직임에 의해서 이동되어 온 탓이 아닐까.


 작은 돌멩이는 유전자처럼 사람을 따라서 이동을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처럼 사람이 없는 날에는 지금까지 운동화 속으로 작은 돌멩이가 들어오지 않았고 마동은 아직까지 쉬지 않고 꾸준하게 달리고 있었으므로 처음 출발 코스 근처에서 봤던 긴팔에 긴치마의 느린 걸음걸이를 가진 여자가 마동보다 저만치 앞서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최초의 일렬횡대로 걸어가던 아주머니 무리를 지나쳐 왔고 그녀들은 코스 중간에서 집으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주머니들을 제외하고 마동은 꾸준하게 같은 패턴으로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걷는 사람은 마동의 속도를 앞질러 갈 수는 없다. 운동화에 들어간 돌멩이가 없어서 아직 달리는 패턴이 깨지거나 멈추는 행위 없이 지속되어 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람들이 전혀 없지 않은가. 마동은 처음 봤던 그 여자가 아닌가 싶어서 빠르게 여자의 옆을 지나치면서 곁눈질로 보면서 빠르게 달려 나갔다. 보니 처음 코스에서 지나쳤던 여자가 맞았다. 도저히 아니라고 하기에는 행색과 옷차림이 너무나 특이했다. 저 여자도 운동 중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옷차림이었다. 그렇지만 현실의 여자는 마동을 앞질러 저만치 앞에서 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달려서 조깅을 하다가 힘이 들어서 걸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에도 속도나 차림새가 너무 어색했다. 일단 치마가 너무 길었다. 저런 차림을 하고 달려서 마동을 앞질러 갔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긴치마를 입고?


 원피스처럼 생긴 옷을 입고? 흠.


 하지만 타인의 문제이니 마동이 이렇다 저렇다 관여할 일은 아니었다. 천천히 앞을 보며 걸어가는 그 여자를 지나쳐 빠르게 달렸다. 마동은 그만 여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인간의 시야각은 대단한 각을 유지하고 있다. 많은 카메라 회사에서 인간의 시야각과 흡사한 각도의 렌즈를 만들어내느라 고심했다. 그런 것을 보면 인간이란 참 알 수 없는 존재다. 곁눈질로 쳐다봐도 시야각에 들어오는 모든 사물의 감지가 가능하다. 어두워서 뚜렷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정면을 꼿꼿이 응시하는 여자의 눈동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정면만을 바라보는 이지러진 눈빛에 마동은 그만 매료됨과 동시에 연민스러운 섬뜩함도 동시에 느꼈다. 이것 역시 마동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섬뜩함이 잠시 들었지만 마동은 앞을 보며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긴팔에 긴치마를 입은 여자를 스치며 마동은 조깅코스의 앞으로 달려갈 뿐이다. 그저 그러면 되는 것이다. 지나고 나면 느꼈던 섬뜩함 따위는 사라진다. 노래는 서태지의 인터넷 전쟁이 흐르고 있었고 막바지로 가고 있었다.     


 파멸 위한 발전 또다시 겪을 세계 전

 네가 버린 그 독한 폐수가 어린아이 혈관 속을 파 내려가

 단단하게 박혀 새로 탄생할 오염 변이체 항상 나 자신을 위협한

 난 내 자신에게서 저항한 결국 나 내게 경고한

 우련 결국 스스로를 멸망케 할


[계속]

작가의 이전글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1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