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수필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한창훈

by 교관




한창훈 소설가는 글도 참 좋은데, 어부의 삶을 살고 있는 묘한 인물이다. 한창훈의 소설 [홍합]을 읽어보면 우리네 방언이며, 어부들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리얼리티 소설이라 아주 재미있다. 박범신의 날카롭고 파릇파릇한 소싯적 소설을 보는 느낌이다.


소설만큼 재미있는 책이 바다 에세이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이다. 현대의 자산어보라 불리는데 이 책에는 갯것부터, 바닷속 생물에 대해서 자세하고 재미있게 서술이 되어 있다.


어부로 직접 고기를 잡아서 그 경험치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꾸려가고 있어서 몹시 생생하다. 나는 예전에 이 책에서 갈치가 서서 헤엄을 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갈치는 우리가 자주 먹어서 꽤 친숙한 물고기처럼 느껴지지만 갈치의 얼굴은 우리가 먹는 물고기 중에서 가장 포악하게 생겼다. 밑의 턱이 위의 턱보다 더 튀어나왔고, 그 사이로 날카로운 이빨이 비어져 나와있다.


먼바다에 사람이 빠지면 찾지 못하는 이유가 갈치 떼가 달려들어 뜯어먹는다는 소리도 있다. 그만큼 갈치의 이빨은 영화 속 괴생명체의 모습처럼 보인다. 갈치는 우리나라에서만 먹는 생선처럼 느껴진다. 갈치를 먹는 장면을 외국 영화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갈치를 많이 구워 먹었다. 어린 시절의 밥상을 떠올리면 일주일에 한 번은 갈치구이가 올라온 것 같다. 어린 시절 갈치구이를 떠올리는 늘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갈치의 맛있는 부분을 발라서 동생과 나의 밥숟가락 위에 올려주었다. 맛있게 갈치를 먹고 놀다 보니 목이 따끔거리고 이내 침을 삼킬 때마다 목이 아팠다.


가시가 목에 걸린 것이다. 어머니는 가제에 물을 적셔 손가락에 감아서 목에 넣어서 살살 돌렸다. 그럼에도 가시는 쉽게 빠져나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난처한 얼굴로 이거 큰일인데, 하는 표정으로 물김치를 들고 와서 먹기 싫은 나에게 물김치를 먹였다.


씹지 말고 삼켜야 한다면서. 국물도 꿀꺽 마시게 했다. 두 사람은 중간에 나를 두고 입을 벌리게 하고 마치 미립자를 연구하는 연구원처럼, 보이지도 않는 갈치 가시를 빼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요즘도 가끔 생선을 먹다 껄끄러운 가시가 느껴지만 그때의 행복한 기억을 되살린다.


내일이면 세상이 끝날 것처럼 어머니와 아버지는 내 입안으로 물김치와 가제를 넣어서 발을 동동 굴렸다. 하얗게 변한 가시가 나오고, 시간이 좀 지나니 큰일일 것 같았던 그 일은 너무나 쉽게 잊히고 흘러가 버렸다.


얼마 전에 생선을 먹다 작은 가시가 목에서 내려가지 않는 느낌이라 잠을 자다가 몸을 살짝 돌려 침을 한 번 삼켰다. 약간 따끔거리는 기분이 마음으로 파고들었다. 목보다는 마음이 따끔한 느낌.


피부가 따끔거리면 연고를 바르면 되는데, 마음이 따끔거리면 그에 상응하는 고통이 따라온다. 어른이 된 지금은 생선 가시도 어릴 때만큼 목에 걸리지도 않는다, 신기하게도.


[갈치의 모양은 긴 칼과 같고 큰 놈은 8,9자이다. 이빨은 단단하고 뻑뻑하다. 맛이 달고 물리면 독이 있다. 이른바 꼴치 종류이나 몸은 약간 납작하다. 낚을 때 이빨 조심은 필수, 여차하면 살을 벤다. 낚고 나면 미끼를 토해 내게 해야 한다. 이 녀석은 좀 독특하게 이동한다. 서서 헤엄을 친다. 꼬리 지느르미가 없는 탓에 등지느러미로 움직이기 때문-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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