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3

소설

by 교관


3.


몸속으로 들어간 땀은 소리로 순환했다. 소리로 순환된 땀은 나에게 확실하게 말했다. 순환하라고. 나는 우주의 미미한 존재로 이제 재로 타버려 그을음으로 순환하려는 것일까. 도대체 나는 여기서 몇 시간이나 뜨거운 태양 밑에서 있었을까. 나의 손을 들어 보려고 해도 전혀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나의 손이 내 몸에 붙어 있는지 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이상한 건, 정말 이상한 건 절망감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미 땀이 물처럼 흘러내리고, 벌레처럼 땀이 움직이면서 나는 체념을 느꼈다. 이미 들어버린 체념은 의식적으로 나의 몸과 마음을 하나로 통일시켜 주었다. 그것으로 나는 자연과의 조화가 이루어지려 한다. 이제 태닝을 얼마나 하고 있어도 뜨겁다는 느낌도 없었다. 땀으로 나는 바다의 일환이 되어 가는 중이다. 순환이다. 갈매기들의 소리가 귓전 가까이에서 들렸다. 갈매기 소리가 어디선가 들었던 아주 익숙한 소리였다. 그럴 리가 없는데. 이 낯설지 않고 익숙한 소리는 무엇일까. 갈매기가 또 울었다. 그래 그건 양수 속에서 몸을 말고 있던 내가 내는 소리였다. 아직 인간의 모습을 완전히 하기 전 태아의 모습을 한 내가 내던 소리. 순환이다. 나는 벌레가 된다. 벌레가 되어 땀처럼 흐른다. 창문에도 붙어서 흘러내린다. 먼저 창에 붙은 나는 빗물이 흘러 무게 때문에 바닥으로 흘러내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아, 만물이란 이런 것이구나. 창에 붙은 빗물은 방울이 되어서야 밑으로 떨어진다. 이제 곧 빛이 되겠구나. 빛이란 고통으로 세상의 모든 것에 색채를 입힌다. 거기에는 양수 속 몸을 말고 있는 태아인 나를 지정하는 색채도 있다. 미미하지만 소리도 있다. 하얀빛, 그 하얀빛이 지금 백사장으로 떨어지고 있다. 비처럼 쏟아진다. 나는 몸에서 땀이 물처럼 흘러 팔이 순환하고, 다리가 순환하고, 고환이 순환하고 몸통도 순환한다. 드디어 점이 된다. 소리가 있고 색채가 있다. 형용할 수 없는 존재가 된 나는 시간의 흐름 속에 희미해진다. 눈을 떴을 때 나는 땀으로 상체가 다 젖어 있었다. 수건으로 몸을 닦고 책을 챙겨 백사장을 나왔다. 세상이 조금 달라져 보였다. 우리는 땀을 통해 순환하는 존재다. 그것만 생각하면 된다. 이제야 공복감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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