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2

소설

by 교관


2.


땀은 이제 목에서도 흘렀다. 목에서 흘러 가슴으로, 배로 떨어져 내려왔다. 땀은 점점 분수처럼 흘러나올 수 있는 곳에서 계속 흘렀다. 두피에서 얼굴로. 귀밑에서, 옆구리에서, 코에서, 관자에서 땀은 흘렀다. 눈 빼고 땀은 모든 곳에서 흘렀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절망은 느끼지 않았다. 내 몸은 땀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거기서 일종의 체념을 느꼈던 것 같다. 땀이 물처럼 흐를수록 나의 몸속에 있는 심장과 폐 같은 기관이 순환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그게 바다 저편에서 울리는 뱃고동이나 파도의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건 심장이 펌프질을 하는 소리, 폐가 자신의 역할을 하는 소리였다. 순환하는 소리. 순환. 우리, 인간은 우주를 순환하는 존재다. 순환.라고 크게 한 번 말해보고 싶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렇게 한다면 순환이라는 게 순환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문득 땀이 옆으로 흐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다에는 바람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땀을 옆으로 흐르게 할 정도의 바람이라면 매섭게 불어야 한다. 보통 매서워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땀은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다. 땀은 중력을 거부하고 밑으로 흘러 사라지는 것보다 옆으로 흐르는 것을 택했다. 선택의 문제다. 선택이라는 건 늘 문제다. 우리는 언제나 선택 앞에서 종종 깊은 고민을 한다. 왜냐하면 심사숙고 끝에 한 선택이 옳다고 해도 결과가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땀은 살아서 움직이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법칙을 거부하고 땀이 옆으로 움직일 때 자글자글한 소리도 들렸다. 확실히 바다와 바닷가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나는 소리에 잠식되어가고 있다. 땀은 나에게 꿈틀거리며 말을 했다. 지금까지 존재했던 나에게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이지. 지금까지의 나는 어떤 식으로 존재했을까. 나는 정말 나였을까. 나라고 하는 인간의 본모습은 무엇이었을까. 누군가를 만나서 하는 말 중에 나의 본심을 담아서 말을 하기는 했을까. 하루 동안 나는 진심을 얼마나 다해서 내 주위를 대했을까. 땀은 벌레처럼 살아서 움직였다. 땀은 증식했다. 의연하고 확고한 움직임으로 존재를 나에게 각인시켰다. 눈을 제외하고 모든 몸의 구멍, 여지가 있는 곳에서 땀이 흘렀다. 코 옆으로 흐른 땀이 입으로 들어갔다. 입으로 들어간 땀은 기도를 통해 체내로 흘러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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