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
오전에 쨍하고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책을 좀 읽고 있노라면 어느새 등의 한 중간으로 땀이 벌레처럼 기어 내려간다. 땀 한 줄기가 등을 타고 내려가는 그 기분이 묘하게 한다. 그건 한 여름의 폭염 속에 아니라면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다에는 늘 바람이 있고 바닷바람은 차거나 시원하다. 그래서 유월의 밝은 날부터 나와서 태닝을 하면서 책을 읽지만 유월에는 등에 땀이 절로 흘러내리지 않는다. 그래서 폭염이 하루를 관통하는, 습도가 낮고 쨍하고 맑고 뜨겁고 무더운 여름날에나 땀이 등을 타고 내려온다. 그리고 땀은 겨드랑이에서도 생겨나 옆구리로 내려온다. 정말 꼬리가 긴 벌레나 절지류가 몸을 타고 기어가는 기분이다. 그래서 수건으로 바로 닦아 버리지 않는다. 땀은 살아있어서 뜨거운 온도를 자양분 삼아 내 몸을 타고 돌아다닌다. 나는 그걸 느낄 수 있다. 땀이라는 건 살아있는 사람에게서만 나온다. 죽고 나면 땀이라는 건 흘릴 수가 없다. 그래서 땀을 흘릴 수 있다는 건 살아있다는 증빙이다. 땀 때문에 짜증이 나고 신경이 쓰이는 사람이 있겠지만 땀이라는 건 살아서 움직이는 한 흘러나온다. 곧 땀이 흘러나온다는 건 살아있는 것이다. 스탠리 큐브릭의 ‘풀 메탈 자켓’에서도 ‘살아 있다는 건 좋은 것이다’라고 한다. 땀이 흐르는 이 기분이 묘해서 나는 이제 태닝을 그만해야 하는데 계속 있었다. 땀은 흘러 쇼트의 허리끈을 적셨다. 등에서 땀은 계속 흘렀다. 얼마나 있었을까. 나는 공복감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지금쯤 나는 무엇인가를 먹었어야 했다. 맛이 없더라도 무엇인가를 먹어 위를 채웠다. 그래야 다음에 음식물을 먹기 전까지 시간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나는 전혀 공복감이 들지 않았다. 허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