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빵가게를 습격하다 1

[무라카미 하루키 오마주]

by 교관


1.


“어때 무료하지 않아?”


“난 배가 고픈걸요. 배가 고파서 참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말이야, 방금 우리 뭐 먹지 않았어?”


“응, 방금 무엇을 먹은 건 기억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 배가 무척 고프다는 거예요.”


그들은 페치카의 타 들어가는 불꽃을 바라보며 공복감과 무료함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불꽃은 처음보다 많이 줄어들어 있었고 곧 불꽃은 생명이 꺼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방안은 페치카와 그들이 앉아있는 의자를 빼고 나면 가구라고 부를만한 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페치카 덕분에 방 안의 공기가 상승해서 창문은 뿌옇게 성애가 들어차 있었다.


“우리도 그들처럼 빵 가게를 털어 보는 건 어때요?”


“빵 가게? 그들?”


“그래요, 당신은 무료함을 달래고 난 허기를 채우는 거죠.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꼭 빵 가게여야만 해요. 그들은 24시간 하는 빵 가게가 없어 맥도널드를 습격했지만 우리는 아니에요.”


그는 야구 심판처럼 손을 들어 잠시,라는 신호를 그녀에게 보냈다.


“우리가 빵 가게를 습격해야만 하는 저주에 걸린 것도 아니고 꼭 그래야만 할까. 그들처럼?”


“남자들은 길가의 돌만큼 알 수 없군요. 당신은 그처럼 말하는군요. 목적의 달성을 채우는 방법론에 있어서 해답은 정해져 있지 않아요. 당신의 끝도 없는 무료함과 나의 깊고 깊은 공복감을 채우기엔 빵 가게를 습격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어요. 안성맞춤이죠.”


그녀는 작은 그림자를 보라고 그에게 손짓을 했다. 작은 그림자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 듯 그들과 함께 추위를 느끼며 페치카 옆에서 떠나질 않고 있었다. 그와 그녀를 번갈아 보며.


그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알 수 없군. 공복감을 채우기 위해 빵집을 습격해야 한다는 건 국어책에도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학개론에도 나와있지 않아. 난 이곳에서 할 일이 있단 말이야.”


“정확히는 공복감을 채우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빵집을 습격하는 거예요. “


그녀는 그의 말은 신경 쓰지 않는 듯 듣고 있다가 창문을 조금 응시하더니 조용히 그쪽으로 다가가서 창문을 활짝 열었다. 추위 따위 또한 상관없다는 듯.


그녀가 걸을 때 그녀의 다리는 꼭 잘 다듬어진 미켈란젤로의 조각이 움직이듯 움직였다. 12월 시애틀 밤의 향기는 창문을 열자마자 방 안의 따뜻했던 공기를 금세 차갑게 바꾸었고 소리 없이 떨어지는 눈은 그와 그녀의 무료함과 공복감을 더욱 자극했다. 어쩐 일인지 동네의 집집마다 환하게 밤을 밝히고 있어야 할 크리스마스 불빛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모두가 동시에 약속을 한 것처럼 단 한 집에서도 불빛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그녀는 창가에 올라앉아 말했다.


“빵 가게를 습격하면 나의 공복감과 당신의 무료함은 동시에 해결이 되죠. 그리고 나면 자연스레 당신이 이곳에 온 목적에 가까워지게 돼요. 당신이 이곳에 온 목적은 우리들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잖아요? 무료함과 공복감 이면에 더 깊은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말이에요. 그 세계에 닿으려면 먼저 빵 가게를 습격하면 돼요. 그리고 다음은 그다음에 생각하면 돼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빵 가게를 습격해야만 하는 거예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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