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빵가게를 습격하다 3

[무라카미 하루키 오마주]

by 교관


3.


“벨은 누르면 안 돼요. 패티슨 씨의 부인은 지금쯤이면 이미 잠자리에 들었을 거예요. 페티슨 씨는 늘 늦게까지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물 한잔 마실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문이 고대 미라가 갇힌 관에서 나는 소음 같은 소리를 내며 열렸다.


“사라 양이군. 무슨 일이오?”


“안녕하세요. 페티슨 씨. 저희가 내일 아침 일찍부터 건 레인지에 가려고 하는데 갖고 있는 총이 없어서요. 리볼버 R77로 두 자루만 빌려가도 될까요? 제가 총기 소유 자격증 있는 건 아시죠? 이 친구 또한 갖고 있거든요.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구요. 어디 빌릴 곳이 없어서 늦은 시간이지만 실례를 무릅쓰고 왔네요.”


“그래요, 사라 양에게는 한두 번 빌려 준 건 아니니 어렵진 않아요. 잠깐만 기다려 보도록 해요.”


페티슨 씨가 집안으로 들어가서 권총을 갖고 나오는 동안 그는 그녀를 보며, 나에게 총기 소유 자극증이 있다 고? 하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다시 한번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설마 안톤 체호프가 쓴 글이 맞는다는 걸 증명시키려는 건 아니지?”


그녀는 설마요,라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집안으로 사라진 페티슨 씨를 문 앞에서 기다렸다. 그녀의 뒷모습은 콜라병처럼 보였다. 아름답다는 말이다. 이렇게 추운 날 두꺼운 옷을 입었음에도 말이다.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지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페티슨 씨가 사라진 문으로 총 두 자루를 들고 나타났다. 그녀는 페티슨 씨에게 두 자루의 총을 받아 들고 뒤뜰로 걸어갔다.


“벨 페이스트리로 가는 거예요. 빵 가게는 올드타운 벨뷰에 있는 메인 스트리트에 위치했어요. 그곳이 새벽 일찍부터 문을 열어야 하고 또 다운타운 시애틀 빵 가게로 보낼 케이크들 때문에 늘 저녁 8시부터 빵을 구워요. 지금이 영업시간은 아니지만 영업시간 때보다 더욱 맛있는 갓 구운 빵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죠. 입구에는 빵 가게에 기본 재료를 납품하는 회사에서 보낸 큰 트럭 한 대가 놓여있을 거예요. 그 트럭에 있는 재료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라도 입구는 늘 열려있죠. 어때요?”


그들은 랜드크루저에 몸을 싣고 벨 페이스트리로 갔다. 사락사락 내리는 눈은 어느새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달리는 랜드크루저의 창문에 사선으로 사정없이 눈이 부딪혔다. 그녀가 잡은 운전대는 마치 대형 우주선의 조종석의 손잡이처럼 이질적이었다. 작은 그림자는 그의 옆 차가운 리볼버 R77 위에 신기한 듯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스치는 침엽수가 일리아드 숲의 전령사들처럼 지나쳤다. 이곳은 이미 산타클로스의 수염처럼 눈이 숲을 하얗게 만들고 있었다. 운전대를 잡은 그녀의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어 낼 수가 없었다.


“어때?”


그는 손끝에 닿은 리볼버 R77의 차가운 감촉을 느꼈다. 그 감촉이 어떤 느낌인지 느껴보려는 듯 작은 그림자도 총열 위에서 벗어날 생각을 않았다.


“뭐가요?”


“공복감 말이야.”


“더 심해져요. 자동차 시트도 뜯어먹을 판이에요.”


맙소사.


“당신은 어때요?”


“어떨 것 같아?”


“당신은 이미 리볼버 R77을 빌릴 때부터 무료함은 사리진 것 같아요.”


“빙고!”


그가 빙고라고 하는 말에 작은 그림자가 총열에서 조금 뛰어올랐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작은 그림자는 ‘빙고’라는 말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했다. 하지만 그와 그녀의 입에서 빙고라는 말은 인색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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