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오마주]
4.
“어째서 이렇게 큰 차를 몰고 다니는 거지? 도요타?”
“빙고”
작은 그림자의 공중 부유가 또 한 번 일어났다. 작은 그림자 입장에서는 무척 고무되는 날이었다. 빙고를 두 번이나 듣다니.
“도요타는 세계 8위의 기업이지. 자동차로서는 세계 3위의 기업이고 말이야. 무적 같은 기업이야. 그런 회사에서 이렇게 큰 차를, 이렇게 큰 나라에 팔아서 작은 체구의 동양 여자가 운전을 한다는 게 어쩐지 기이하지 않아? 도대체 이렇게 큰 차를 몰고 무엇을 한단 말이지?”
“빵 가게를 터는 거죠. 그것 이상으로 더 멋진 일이 있나요?”
고속도로를 타며 속도를 내는 랜드크루저를 상대로 눈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그는 캐럴이 듣고 싶었는지 라디오 주파수를 여기저기 돌려 보더니 한 곳에 맞추고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라디오에서는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흘러나왔다.
아임 드리밍 오브 어 화이트 크리스마스
위드 에브리 크리스마스 카드 아이 롸이트
메이 유어 데이즈 비 메리 앤드 브라이트
앤드 메이 올 유어 크리스마스 비 화이트
빙 크로스비의 노래에 맞추어 작은 그림자가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리듬을 탔다. 작은 그림자는 은색의 리볼버 위에서 진정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당신, 아까부터 시선이 자꾸 내 다리로 오는 거 어떻게 할 수 없어요?”
“어쩔 수 없어. 양해를 구하고 볼 수도 없잖아. 내가 양해를 구한다고 당신 마음대로 실컷 보세요.라고 하진 않을 거 아닌가.”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그걸 물어본 게 아니잖아요.”
“사라는 운전을 맡았고 나는 사라의 다리를 보는 것뿐이야. 좋아하는 사람의 다리를 보는 게 그렇게 나쁜 일인가.”
“흥, 그렇게 여자 다리를 훔쳐보다간 큰일을 당한다구요. 전 지금 상당히 허기진 상태라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요.”
“아이구 무서워라. 그런데 말이야 이렇게 눈이 오는 추운 날에도 그렇게 짧은 치마를 입어야 하나? 보기는 좋은데 말이지. 게다가 빵집을 습격하기에는 무척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녀는 검청색 스타킹을 신고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달리기와 스트레칭을 꾸준하게 한 덕분인지 다리가 올곧고 예뻤다. 게다가 길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때마다 다리는 마치 살아있는 한 마리의 돌고래처럼 움직였으며 검청색 스타킹은 다리의 자태를 더욱 뽐내 주었다. 그는 옆자리에서 그런 그녀의 다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빵집을 습격하기엔 무척 어울리는 차림이죠. 여자 스파이들을 보세요. 군복을 입고 적지에 침투하는 모습은 없잖아요. 대부분 드레스를 입고 침투를 한다구요. 빵집의 그들은 나를 보고 전혀 빵집을 습격하러 온 사람으로 보지 못할 테니까요. 두고 보세요.”
맙소사.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