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오마주]
5.
랜드크루저는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울퉁불퉁한 도로를 지났다. 그들의 머리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여러 차례 리듬을 탔다. 롤링이 있을 때마다 작은 그림자는 놀이기구를 타는 듯 리볼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텼다.
“당신, 자꾸 그렇게 다리를 훔쳐보다간 큰일 난다니까요.”
그는, 내가 뭐?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를 따라서 작은 그림자도 어깨를 들어 보이며 내가 뭐?를 따라 했다. 단지 그렇게 보였다. 그때 그녀는 그가 앉아 있는 창문을 내렸다.
“이봐, 사라.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이렇게 추운데 눈까지 들어온다구. 나는 괜찮다고. 그렇다고 쳐. 사라는 그렇게 짧은 치마를 입고 춥지 않겠어?”
“여자를 잘 모르는군요. 당신.”
그는 속으로 당연한걸, 알 수가 없지.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핸들을 조금 세게 우측으로 돌렸다. 4륜 구동의 랜드크루저는 마치 바다 위의 거대한 크루즈가 기울 듯 왼쪽으로 쏠렸다. 그와 작은 그림자 또한 그녀 쪽으로 몸이 기울었다.
“어이, 사라. 조심하라구. 이런 장난은 다리 건강에 좋지 않아.”
“내가 당신의 무료함을 책임지고 사라지게 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아니 됐어, 사라, 무료함은 이미 리볼버……. 까지 말했을 때 랜드크루저의 열린 창문으로, 나뭇가지에 쌓여있던 눈에 랜드크루저의 우측에 닿아서 창문으로 와르르 들어왔다. 눈은 그의 몸과 작은 그림자를 덮쳤다. 작은 그림자는 몸을 부르르 떨었고 그는 양손을 들어서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그녀의 눈빛을 받아들이고 수긍했다. 그는 몸에 묻은 눈을 털어 냈다. 작은 그림자도 몸을 털었다. 단지 그렇게 보일뿐이다. 눈은 바닥으로 떨어져 랜드크루저의 히터가 뿜어내는 뜨거운 바람에 녹아내렸다. 그녀는 라디오를 끄고 시디 디스크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라디오헤드의 ‘노 서프라이즈’가 흘러나왔다. 세상에 대한 냉소가 가득 담긴 톰 요크의 목소리가 랜드크루저의 공간을 꽉꽉 메웠다. 공복감이 심한 그녀와 무료함은 이미 달아나 버린 그와 눈 맛을 알아 버린 작은 그림자는 라디오헤드의 허무를 들으며 눈 속을 뚫고 갔다. 작은 그림자는 노래를 알아듣는지 노래에 흠뻑 젖어들었다.
쓰레기처럼 가득 찬 마음
너를 서서히 죽여가는 업무
치유되지 못할 상처들
너는 너무나 지치고 불행해 보여
그 어떤 불안이나 놀라움도 없기를
그 어떤 불안이나 놀라움도 없기를
그 어떤 불안이나 놀라움도 없기를, 제발
“저기 말이야, 나 같은 사람이 한 명쯤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구.”
“나도 알아요. 하지만 당신 같은 사람은 한 명이면 족해요.”
“그런 의미에서 사라의 숨 막히는 다리를 좀 봐도 될까? 다리를 보면서 숨이 막히는 경험을 한다는 건 참 경이롭다는 걸 알게 되었어. 어차피 검은색인지 짙는 녹색인지 스타킹에 둘러싸여 있는 말이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