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빵가게를 습격하다 6

[무라카미 하루키 오마주]

by 교관


6.


그녀는 핸들을 잡은 두 손에 힘을 주었다. 그는 나의 조크, 라며 차렷 자세로 시선을 올곧게 앞으로 고정했다. '노 서프라이즈'가 몇 번이나 되풀이되어서 나왔다. 랜드크루저는 어두운 산길을 지나 메인 스트리트에 도착하니 몇 그루인지 셀 수도 없는 나무들이 크리스마스 불빛을 내는 옷을 입고 있었다. 반짝이는 나무들이 랜드크루저가 지나가는 도로를 사이에 둔 채 서로 일정한 간격의 일렬로 서서 그들을 반겼다. 벨 페이스트리가 점점 가까워오자 톰 요크의 목소리와 그들의 숨소리 외엔 아무런 이야기가 오고 가지 않았다.


“아,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뒷좌석에 보면 맥캘란 18년 산이라고 쓰여 있는 박스가 있어요. 제임슨 말고 맥캘란이요. 그거 포장 좀 뜯어주겠어요?”


“아니, 무슨 아가씨가 위스키를 두 병씩이나 차에 싣고 다녀?”


“일주일 전에 온라인을 통해서 구입을 한 거예요. 온라인으로 구입을 하는 멤버에 한해서 무슨 스페셜이다 뭐다 해서 위스키 잔과 함께 세일을 하기에 오더 했었는데 제가 집에 없을 때 배달을 왔다가 그냥 갔지 뭐예요. 그래서 우체국에 가서 픽업해 왔는데 아직까지 집에 갖고 들어가지 못했을 뿐이에요. 하지만 선견지명이 있었을까. 오늘 같은 날을 위해, 오늘 속의 나를 위해 이렇게 뜯게 되네요.”


그녀는 그를 향해 미소를 잠시 보였다가 이내 재촉하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책이 스무 권은 들어 있을 것 같은 박스에는 그 박스의 사분의 일 크기 정도 될까 싶은 위스키 한 병이 들어있었고 닛 글라스 두 잔이 포장되어 있었다.


포장된 큰 박스 안에 담겨 있는 또 포장된 작은 박스라. 그는 차 안에 구비되어 있는 양주 세팅이 전해주는 묘한 분위기를 느꼈다. 그러는 사이 그들은 그 빵. 가. 게. 앞에 도착을 했다. 우선 작전을 세우기 위해 벨 페이스트리가 오른쪽으로 보이는 길가에 주차를 하고 시동은 그대로 켜 놓았다.


“잠깐, 이거 한 잔만 마시구요. 당신도?”


“이 좋은 걸 혼자 마시게 할 순 없지. 그런데 얼음도 없이?”


“지금 상황에 얼음이 있냐고 물어보는 당신, 재미있는 사람이군요. 네, 전 이렇게 닛으로 마시는 걸 더 좋아해요. 어쩐지 온 더 록스로 마시는 건 별로더라구요. 마치 약을 한 사람을 대하는 기분이랄까. 얼음이 있다 해도 여기서 우아하게 얼음을 넣어서 마시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얼음을 원하면 보세요, 창밖에 널린 게 눈이에요. 시애틀의 겨울은 그래요"라며 그녀는 손으로 그에게 쌓인 눈을 보며 말했다.


맙소사.


그들은 닛 글라스의 오분의 일 정도를 차지하는 양의 맥캘란 18년 산을 따라 마시며 아주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한 계획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선으로 내리던 눈은 차가 정차를 하면서 직선운동을 하며 떨어져 내렸다. 눈은 보기보다 떨어지는 속도가 빨랐다. 아차 싶으면 벌써 바닥에 내려앉아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거대한 랜드크루저의 8기 통 엔진이 뿜어내는 열기 때문에 보닛에 내려앉은 눈은 닿자마자 녹아내렸다. 그 모습이 신기한 듯 작은 그림자가 히터가 나오는 구멍 옆에서 바라봤다. 그녀는 닛 글라스에 맥캘란을 더 부었다. 그녀는 맥캘란의 끝 맛의 캐러멜 같은 달짝함과 맥캘란 특유의 위스키스러움을 좋아했다. 그녀에 비해 그는 닛 글라스에 담긴 맥캘란을 오른쪽으로 돌려가며 아주 조금씩 마셨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녀는 한 모금을 힘 있게 목으로 넘겼다. 목 넘김이 경쾌했다. 그녀는 몸을 조금 부르르 떨었다. 작은 그림자가 그런 그녀를 보고 따라 했다.


“이봐, 사라. 위스키로 공복감을 해결하려는 모양이지. 라디오헤드 노래 말고 블로섬 디어리 노래는 없나? 맨해튼이나 아이 위시 유 러브라든가. 그 노래를 지금 듣는다면 완벽한 세계일 텐데 말이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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