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빵가게를 습격하다 12

[무라카미 하루키 오마주]

by 교관


12.


“사라가 먹고 싶은 것 먼저 담고 자리가 남는다면 나머지를 담지. 며칠 동안 빵만 먹으면서도 살 수 있는 종류의 빵까지 최대한 많이 담아가자구.”


“알겠어요. 우선 조각 케이크 종류를 담겠어요.”


“스트로 베리 케이크, 망고 무스, 치즈 무스,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 레몬 케이크, 블루베리 케이크…….”


“이봐 사라, 난 티라미수와 나폴레옹 케이크가 먹고 싶어. 나폴레옹 케이크는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과자 맛이 나서 내 입맛에 딱 맞아. 그리고 지금 너무 천진난만한 거 아니야? 우리는 빵 가게를 습격하고 있는 중인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파미예! 파미예 쿠키도 있네요! 이건 제가 정말 좋아하는 쿠키니까 있는 대로 다 가져가야겠어요!”


그녀에게 그의 말이 전달되지 않았다. 그녀는 빵의 세계에 이미 들어가 버렸다.


“파미예가 마치 눌러놓은 그것처럼 생겼군.”


그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그녀의 손놀림이 더욱 바빠졌다. 케이크는 종류별로 작은 박스에 담아 큰 박스로 옮겨놓고 쿠키도 종류별로 조금씩 담아 다른 큰 박스 한편에 자리 잡아 놓았다. 그 후 크로와상 쪽으로 눈을 돌리더니 여덟 가지 다른 종류의 크로와상을 담기 시작했다. 모든 빵이 세 박스 안에 차곡차곡 담기기가 무섭게 그녀는 그에게 달려갔다.


“보시다시피 박스에 잘 담았고 롤러에도 잘 얹어놨어요. 이제 당신 차례예요. 제가 이들을 지키고 있을 테니 당신이 차에 다 싣고 오면 우리는 이곳을 떠나기만 하면 되죠.”


“그래, 사라가 그 높은 힐을 신고 이 무거운 걸 옮기는 것보단 멋지게 총을 겨누고 있는 게 더 낫긴 하겠어. 기다려봐. 이봐, 사라? 이건 뭐지?”


그녀는 그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진열된 빵을 담고 있었다.


“그건 ‘데블스 푸드 케이크’라 불리오. 악마의 케익이라고 하며 매혹적인 검은색을 띠고 있소. 먹어 보시오. 맛도 악마의 유혹 같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그가 고개를 돌렸다. 작은 틈으로 보이던 주방에서 풍채가 좋은, 이탈리아 인으로 보이는 60대 남자가 나와서 말했다. 얼굴 생김새가 커넬 샌더스의 얼굴이었다. 콧수염이 기분 좋게 양쪽이 위로 말려 올라가 있고 수염은 회색에 가까운 하얀색을 띠었다. 붓으로 따라 그릴 수 없는 색감이었다.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잊고 빵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빵집을 터는 것에는 이미 관심 밖의 일이 되었다. 빵집에 들어오기 전의 전투력을 보이던 모습은 괴멸된 것 같았다. 작은 그림자도 그녀 옆에서 빵을 찔러보며 그녀와 함께 빵 구경에 동참했다. 60대 이탈리아 인은 풍채만큼 목소리도 굵직했다. 오페라에 어울리는 목소리였다. 통통한 손으로 데블스 푸드 케이크를 집어서 건네주었다.


“이건 말이오 초콜릿의 배합이 가장 중요하오. 다크 초콜릿을 넣었다 싶으면 단맛이 강하게 나고 카카오매스로 만들면 단맛이 거의 나지 않는다오. 보기엔 그래도 꽤 까다로운 음식이오. 미국식 버터크림으로 맛있게 만들 수 있어야 하지. 때로 미국식 버터크림으로 프로스팅을 해주면 당도가 높지 않고 표면이 녹아내리지 않지. 자 한 번 드셔 보시오.”


커넬 센더스를 닮은 이탈리아인 주방장이 그에게 데블스 푸드 케이크를 권했다. 그는 케이크를 들고 한 입 베어 물었다. 그의 눈이 조금 커졌다. 상상할 수 없는 맛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달지 않았고 촉촉했고 기분이 좋았다.


그녀는 케이크가 진열된 곳에서 생크림이 발린 케이크부터 담고 있었다. 그러다가 일반적인 타르트로 보이는 것을 집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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