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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08. 2023

20. 불꽃놀이와 라 캄파넬라

소설

   


 유월이 되면 지역의 큰 불꽃놀이가 있었다. 우리는 몽땅 모여서 불꽃놀이를 구경하러 갈 계획이었다. 불꽃은 뭔가, 하늘의 한 지점을 향해 욕망스럽게 올라가서 욕망의 절정과 동시에 그대로 무화되어 버리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순간의 존재였다. 그리고 소멸하는 그 순간을 보는 우리들의 의식에도 하나의 만개한 꽃을 찍어 놓게 된다.     


 우리는 미술부였던 종규 덕분에 불꽃놀이의 그림을 많이 그렸던 화가 야마시타 기요시의 그림을 알고 있었다. 종규 역시 어떤 면에서는 야마시타 기요시와 비슷했다. 우리는 종규가 보여주고 설명을 해준 그 그림을 보는 이전과 이후로 나뉘었는데 불꽃놀이를 보는 시각 역시 달라졌다.    

 

 페리카나 치킨으로 후라이드와 양념 한 마리씩 들고 맥주도 사들고 그것을 먹으면서 우리는 불꽃놀이를 보는 것이다. 그것이 계획이었다. 불꽃이라는 게 거의 인파 속에 뒤섞여 보게 되지만 보는 각각의 마음속에 자기만의 기억으로 간직되곤 한다.  

   

 “볼꽃은 참 이상해. 그렇게 힘겹게 하늘로 피융하며 애끓는 소리를 내며 올라가서는, 정점에 닿는 순간 수십만 개의 소멸로 사라져 버려”라고 개구리가 말했다.   

  

 “그건 마치 벚꽃의 미학과도 같아 보여”라고 효상이 기타를 울러 매고 말했다. 우리는 효상을 보며 오 오하는 감탄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상후가 갈 수 없다는 거였다.   

  

 “어째서지?” 기철이가 물었고, “피아노 레슨?” 득재가 또 물었고, “약속이 있어?” 효상이 계속 물었지만 상후는 대답이 없었다. 상후는 그때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아서 의기소침해 있었다. 아니 의기소침으로 한데 뭉떵그려 말할 수 없었다. 상후의 입장에서는 절망적이었다.     


 “라 캄파넬라는 신에게 영혼을 팔아버려야 가능한 연주라고 하더라. 리스트가 신의 영역 같은 바이올린의 곡을 피아노로 연주를 하기 위해 영혼을 팔아버렸을 정도로 힘든 곡이라고 해. 상후는 어떤 경계를 넘지 못하고 있었나 봐.” 우리는 개구리의 말을 듣고서야 상후의 고민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요컨대 모차르트는 가사를 붙여도 되는 음악이고 베토벤은 가사를 붙일 수 없는 음악이라 자기 해석이 필요한데 상후에게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는 그것을 뛰어넘어야 하는 종류의 곡이었다.   

  

 “피아노를 연습하다가 창문으로 혼자 불꽃놀이를 보겠지. 혼자 봐봤자 하나도 재미없어. 불꽃은 금방 사라져 버릴 거야. 그렇기에 더 누군가와 함께 봐야 해. 시간이 지나면 형형색색의 불꽃의 아름다운 색이나 형태는 잊어버리게 돼. 하지만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의 얼굴은 계속 남아 있을 걸. 아마 그 추억이 너에게 살아가는 동력이 될 거야.”     


 개구리가 상후에게 조용히 말했고 상후는 우리와 함께 불꽃놀이에 같이 갔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때 아마도 각자는 모자라고 바보 같았지만 그렇게 서로에게 꽤 힘이 되어 주었는지도 모른다.   

  

 종규의 짐은 우리가 다 나눠서 들고 불꽃이 잘 보이는 강변의 한 곳에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아서 불꽃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며 치킨을 먹고 맥주를 마셨다.     


 찰나적인 불꽃이지만 우리는 서로 어떤 자력 같은 끈으로 완성되는 순간 타 없어지는 불꽃을 보면서 야마시타 기요시의 그림을 떠올리기도 했고,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를 떠올리기도 했다.




손열음의 라 캄파넬라 https://youtu.be/8sQA53Op2U8 바로 연주를 듣고 싶다면 1분 12초부터

credia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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